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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위한 피에타(written by. 가나슈빵)

0루키0 2024. 7. 2. 17:46

수릐 픽크루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은 없다
 
영원을 위한 피에타
 
KPC 송현호 PC 신태오
 
Written by 가나슈빵
 
자유로운 것들은 살기 어렵고
 
축복받은 신성국 아이라
 
여느 때라면 지금 신께 예배를 드리며 국민들의 평안을 빌어야 할 시간 때지만, 오늘은 소란스러운 분위기입니다.
 
바로 아이라의 국교 에이론의 성자 신태오의 성인식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도 검소함을 미덕으로 삼아야할 성자의 성인식을 이렇게나 요란하게 치르다니, 에이론의 풍습을 모르는 이라면 의아해 할 수도 있겠습니다.
 
신 에이론을 모시는 성자의 성인식은 그 성자의 성혼식과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성자가 결혼을?
 
더 이상하게 여겨지겠지만 에이론교에선 성자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용서하소서, 사랑하소서.
 
부디 성자여, 가장 악독한 자를 사랑으로 보살피어 주소서.
 
그것이 우리의 신앙이니.
 
가장 성스러운 이가 가장 악독한 이를 사랑하여 사랑을 실천하는 것.
 
사제 신태오는 오늘, 본디 살인죄로 사형대에 오를 신세였을 자와 맺어져야합니다.
 
신도: 태오님, 준비되셨나요?
 
태오의 머리에 면사포를 한껏 늘어뜨려주던 신도가 조심스레 묻습니다.
 
태오는 신의 품에서 태어나 신전에서 자라 성자로 키워졌기에, 신전의 이들이 부모요 혈육이요 세계의 전부입니다.
 
신태오:'나 원, 용서니 사랑이니 거창하기도 하지. 성자랍시고 곱게 모셔다 키워놓은 건 다 용도가 있어서라니까. 원래 제례용 돼지는 화려하게 꾸미는 법이니, 이것도 다 그런 용의 치장이지.' (심드렁하게 면사포 끝을 만지작거리다, 신도를 쳐다보고 눈웃음을 짓는다. 상냥하고 부드러운 얼굴과 다르게 뼈 있는 말을 뱉으며) 준비 안 됐으면 뭐, 날짜 미뤄주게?
 
신도: (아니꼽다는 식의 태오의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얼굴에 미소를 띄운 채 온화하지만 단호한 말투로 말한다) 하하하. 태오님도 참. 이 모든 것은 신 에이론님께서 정해주신 것인데, 어떻게 저희가 감히 바꿀 수 있겠어요. 태오님은 저희를 너무 과대평가하십니다.
 
신태오:(마찬가지로 미소를 띄운 채-치장한 얼굴에선 반짝반짝 빛이 난다) 하하, 지랄. 자식 결혼식까지 멋대로 정해놓고 불만사항 하나 안 받아주는 게 신이야? 역시 에이론님은 꼰대인 게 분명해. (뒷말은 투덜거리듯)
 
세상에 이런 억지가 어딨을까요?
 
사람에게는 자유가 있고, 그 자유엔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하고 원하는 때에 결혼하는 자유에 있을 터인데,
 
부모없이 성당에서 자란 것도 모자라 이미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성자의 의무로써, 얼굴조차 모르는 이와 결혼하라니 말입니다.
 
성자의 의무라고는 하나 처참한 범죄를 저지른 이와 성혼하고, 사랑하라니...
 
신태오:근데 말이야, 갑자기 생각이 든 건데. 결혼을 하고 사랑하라고 했지 신의를 다하라곤 하지 않았잖아? 결혼하고 다른 사람하고 연애해도 문제는 없는 것 아닌가? 난 어느 쪽이든 다 사랑해줄 자신 있는데. (육체적 사랑...말하는 거 맞다. 뻔뻔하게 눈을 반짝인다.)
응? 그렇잖아. 용서하고 사랑하라고 했으니. 내가 한 사람하고만 결혼할 게 아니라 죄수 전부를 용서하고 사랑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내 말이 틀려? 라는 식으로 생긋 웃는다)
 
신도: (적당히 웃으며, 태오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태오님께서 생각이 많으실 겁니다. 그 생각 또한 에이론님의 뜻이지만, 이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태오님께서 생각을 정리하실 동안 저는 다과를 좀 가져오겠습니다.
 
신도는 자리를 비켜 태오의 방을 나갑니다.
 
신태오:응? 어디가, 성자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해야지. 어이. (나가는 신도의 뒤에 대고 빙글빙글 웃는 얼굴로 건달같은 말을 건네다, 방문이 닫히는 걸 보고 픽 웃으며-방해꾼 처치(?)-기지개를 켠다.) 하아~ 역시 여기 있는 사람들은 재미가 없어. 아무리 긁어도 좀체 긁히지가 않는다니까.
 
그러고 보니 오늘 당신과 성혼하게 될 사람은 누구라고 했죠...? 대충 들었었던 것 같은데.....
 
✷ 지능 판정 ✷
 
신태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송현호. 당신의 성혼 상대는 이름이 자자한 악인입니다.
 
자신을 부리던 귀족과 그 주변 기사들까지 죽이고 뻔뻔하게도 신성국까지 도망쳐왔다죠.
 
아무리 교리라지만 그런 사람과 성혼이라니요, 사랑이라니요.
 
신태오:(사실 태오의 입장에선 어떤 악명을 떨치고 다닌 범죄자든, 죄인이든, 매춘부든, 술주정뱅이이든, 저명한 학자든 정치인이든 명성 높은 귀족이든 다 똑같다. 다만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얹도록 들어온 교리 내용과 성혼식에 반발심이 든 것 뿐. '송현호' 이름 세 자를 별 감흥 없이 곱씹어본다) '흠... 귀족과 기사들까지 죽이고 여기까지 도망쳐왔다고. 그럼 노예 출신이겠군. 호오, 꽤 배짱 있는 놈이잖아? 노예 주제에 주인을 물어죽인 개라... 어떤 얼굴인지 궁금한데? 적어도 여기 있는 샌님들보단 재미있겠지.' (씨익 웃으며, 눈이 호기심으로 번뜩인다)
 
주변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신태오:(주변을 본다)
 
당신이 있는 곳은 신랑 대기실입니다.
 
당신이 들 부케가 놓인 탁자와 작은 쪽문 등이 보입니다.
 
신태오:얼씨구야- (그닥 놀라워하지도 않는, '참 나 원' 식의 단조로운 음성을 뱉으며 부케가 있는 탁자를 쳐다본다)
 
부케가 놓여있는 탁자입니다. 부케와 그 위에 놓인 작은 책자가 있습니다.
 
신태오:(부케부터 쳐다본다. 부케를 들어 가볍게 쥐고 돌려본다) '제례용 돼지라고 준비 한 번 고급지게 해놨다.'
 
당신이 들어야 할 부케입니다.
 
사람들이 성자인 당신을 상징하는 꽃이라고들 하는 푸른 장미와 함께 붉은 장미가 섞여 있습니다.
 
이것을 당신이 그 송현호란 자에게 건네고, 그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성혼이 성립됩니다.
 
신태오:인간들이 성경만 보다보니 심미안을 잃어버렸나? (픽)
(부케를 내려놓고 작은 책자를 열어 본다-심심함에 몸을 맡겨 무엇이든 재미있는 거 없나 하는 눈으로-)
 
하얀 바탕에 노란 테두리를 두린 작은 책자이지만, 그 안에는 당신이 마르고 닳도록 보아온 에이론의 교리가 적혀있습니다.
 
이미지
 
가장 고귀한 자는 가장 낮은 자를 사랑해야하며,
 
가장 낮은 자는 사랑을 깨달으니,
 
그것이 곧 기적이요, 신의 행하심이라.
 
이미지
 
신태오:'아, 노잼.' (생각하면서 그냥 눈으로 훑어 읽어보고는, 책자를 덮어 내려놓는다)
(치렁치렁한 옷이 거치적거리지만 옷자락을 밟지 않도록 신경을 기울이며 성큼성큼 발을 디뎌 작은 쪽문 쪽으로 가서 살펴본다.)
 
아까까지 당신의 단장을 도와주던 신도가 빠져나간 쪽문입니다.
 
교단 내에는 이처럼 신도들만 아는 통로가 많습니다.
 
당신조차도 다 파악하지 못할 정도이죠.
 
신태오:흠. (잠시 고개를 기울이며 남은 시간을 가늠해 보았다, 장난끼로 짙은 미소를 입가에 떠올린다. 물론 성혼식을 망칠 생각은 없지만, 중요한 일을 앞두고 다른 사람들 애간장을 태우는 장난을 치는 것은 태오의 낙이었기에.) '잠깐 산책이나 갔다 올까~? 성자의 작은 탈출 소동 정도야 이벤트지.' (면사포를 벗는다. 신도로 변장해 쪽문으로 이곳을 빠져나간다.)
 
가까이 가자, 문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누군가 떠들고 있네요.
 
✷ 듣기 판정 ✷
 
신태오: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태오님의 성혼 상대인 죄인, 봤어요?
 
??: 봤어요. 단장시켜놓으니 그나마 몰골이 나아졌다지만,몰골이 나아지면 뭐해요. 그런 악독한 죄인과 성혼하셔야 한다니.... 태오님이 가엾어요...
 
?: 하지만.... 성자가 그를 사랑함으로......
 
그들은 태오의 기척을 느꼈는지 저들끼리 수근거리더니 후다닥 도망갑니다.
 
신태오:'가십거리 다 됐네. 뭐, 나야 익숙하지만. 나랑 엮인 그 노예도 불쌍하게 됐구만.' (콧방귀를 한 번 뀌고 발걸음을 옮긴다)
 
───────ㅤHIDDEN CHAPTER 1ㅤ───────성혼식의 에이론
 
당신은 그동안 가본 적 없는 통로에 발을 딛습니다.
 
과연 오래된 에이론의 건물답습니다.
 
이곳은 교단에서만 살아온 당신도 처음 보는 낯선 풍경입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게 이것을 말하는 걸까요. 처음 오는 곳이기도 하고 성혼식 전이기 때문에 멀리 갈 수는 없을 겁니다.
 
당신의 눈 앞에 세 갈래의 복도가 보이는군요.
 
시간상 한 곳만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태오:'호오. 이런 데가 있었네.' (틈틈이 신도들을 따돌리고 구경하곤 했던 태오지만, 처음 보는 곳에 눈을 빛낸다. 손가락을 까딱이며 '코카콜라 맛있다'류의 랜덤뽑기를 해본다. 손가락 끝이 가리킨 건 중앙이다.) 좋아, 2번. 여기로 가면 뭐가 있을까 볼까~
 
당신은 두 번째 복도로 들어섭니다.
 
꽤 관리가 잘 되어있는 복도 끝에, 산뜻한 향기가 납니다.
 
그곳은 교단의 정원으로 통하는 길입니다.
 
교단의 정원에는 흐드러지게 핀 들과 석상이 눈에 뜁니다.
 
당신은 이곳을 알고 있습니다.
 
송경화 (GM):
(To GM)rolling 1d3
(
2
)
 
=
2
 
신태오:으흥, 잘 찾아왔네. 난 역시 운이 좋아~ (턱을 가볍게 쓰다듬고 웃고는, 이곳이 어떤 정원인지를 잠시 떠올린다)
 
✷ 지능 판정 ✷
 
신태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흙을 만지며 놀거나, 하다못해 화단을 가꾸는 일이 당신에게 허락되지 않았었습니다.
 
그저 정원을 구경하는 것도 항상 누군가와 동행해야만 가능했었죠.
 
송경화 (GM):
 
신태오:'하여간 갑갑한 꼰대들. 귀애하는 것도 그 정도면 병이라니까.'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자리에 없는 이들을 향해 가볍게 혀를 내밀었다,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꽃들을 둘러본다) 예쁘게 가꿔놨네~
 
담장에 흐드러지게 핀 꽃들입니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인 것도 같네요.
 
관찰력 판정 가능합니다.
 
신태오:(손으로 가볍게 꽃잎을 건드려 보고, 잎사귀를 매만져 본다. 빤히 꽃을 쳐다본다)
관찰력
기준치: 54/27/10
굴림: 3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 이 꽃은 익히 알고 있는 꽃입니다. 당신이 평소 마시던 차가 바로 이 꽃을 우려낸 것이죠.
 
신태오:흐음.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코를 가까이 대고 꽃 향을 맡는다. 이내 떨어져 석상에 시선을 던진다)
 
정원 중앙에 세워진 석상입니다. 역대 성녀, 성자들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 지능 판정 ✷
 
신태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이 배우길 성자가 죄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 신의 부름을 받는다 했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조각으로 성자의 흔적을 남긴다지요.
 
당신이 송현호를 사랑하게 되면 당신도 이곳에 모습을 남기게 되는 걸까요...
 
그렇게 석상을 바라보고 있을 때입니다.
 
석상 뒤로 누군가 보입니다.
 
신태오:'딱히 영광스럽지도 않네. 그냥 제례용 돼지들이지 이게. 이 사이에 끼는 건 역시 사양이야.' (석상을 가늘게 뜬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눈이 동그래져 깜빡인다) '음?'
 
햇빛을 받아 붉게 빛나는 까만 머리카락, 당신과 같은 하얀 옷에, 신도들은 절대 입을 리 없는 당신과 같은 문양이 들어간 조끼.
 
석상 옆으로 그와 당신의 눈이 마주칩니다.
 
신태오:(고개를 기울였다, 곧 그 정체를 짐작하고 눈을 빙그레 휘어 웃는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천연덕스럽게 인사를 건넨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누구시죠?
 
이 세상에서 흔치 않은 붉은 눈에, 꽤나 미형의 남자.
 
그는 당신을 보고 눈을 두어번 깜빡이다가 당신이 말을 건네자 흠칫 놀랍니다.
 
당신의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도망가려는 심산인지 두리번거립니다.
 
그 와중에 그의 목에 가죽목걸이가 눈에 뜁니다.
 
신태오:'흐음, 역시.'
 
당신과 비슷하게 치장을 하고 있음에도 화려해보이지 않은 목걸이.
 
✷ 관찰 판정 ✷
 
신태오:
관찰력
기준치: 54/27/10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노예에게나 씌울 법한 목걸이라고 생각했는데, 새것인 데다가, 에이론의 표식이 새겨진 가죽 목걸이입니다.
 
신태오:'뭐 내 결혼 상대겠지. 그나저나 식전인데 여기 있는 걸 보면 이쪽도 몰래 빠져나온 건가? 보통 성깔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보니 재미있네.'
 
송현호:(두리번 거리다, 예상과 달리 가만히 보고만 있는 태오를 보고 약간의 거리를 유지한 채 태오를 아래 위로 훑으며 경계하는 눈빛을 보낸다. 그러고 입을 달싹였다가, 곧이어 말을 건넨다) ......당신이, 성자입니까...?
 
신태오:(그에 생긋 웃으며 두 팔을 가볍게 펼쳤다, 한 손을 십자가 목걸이가 있는 가슴에 대고 고개를 조금 숙이며 목례한다.) 네, 그렇습니다. 큰 식을 앞두고 실내에 있으려니 영 답답해서- 바깥 바람을 쐬러 잠시 나왔는데, 이런 곳에서 사람을 마주칠 줄은 몰랐네요. 귀하께서는, 어디의 누구신지요?
 
송현호:..... (여전히 경계의 눈빛을 띄며 특유의 앙칼진, 무뚝뚝한 말투로) 송현호. 당신이랑 혼인하다고 하는데.
(To GM)rolling 1d100
(
87
)
 
=
87
 
신태오:아하,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그 대답에 놀란 것처럼 순진한 눈을 하고 방긋 웃는다) 당신이 제 결혼 상대셨군요. 본식 때 뵙게 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놀라운 우연이네요. 하하, 갑작스러운 결혼이라 당신도 많이 당황스러웠죠?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버티죠. 식만 끝나면 귀찮은 일들은 거의 없어질 테니까요.
 
송현호:(태오를 꼼꼼히 살피다가, 태오의 말이 끝나자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시간이 많이 되었습니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신태오:'아차, 그렇지. 꽤 많이 지체했네. 사람들이 찾고 있겠는걸.' (시간을 떠올리고, 곧장 발걸음을 옮기려다, 현호를 돌아보고 밝게 웃으며 말한다)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 먼저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봐요? (그리고 곧바로 들어왔던 문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당신은 빠르게 신랑 대기실로 돌아갑니다.
 
다행히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는지 대기실 문은 닫혀 있고, 당신을 찾느라 분주한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잠깐의 일탈을 들키지 않았네요!
 
똑똑똑-
 
안심하자마자 노크소리가 들립니다.
 
신도: 태오님, 이제 성혼식에 입장하셔야 합니다.
 
신태오:(금방 신랑 옷으로 갈아입고-자주 일탈을 즐기면서 옷 갈아입기는 달인이다-벗어놓았던 면사포를 쓴다. 눈 깜짝할 새 단장을 마쳤던 상태로 돌아와 거울로 상태를 확인하고 씩 웃고는, 부름에 응한다) 예, 나가요.
 
이제 저 문을 나가면 성자 신태오와 죄인 송현호의 성혼식이 시작되는 겁니다.
 
끼이익-
 
문을 열자, 성스러움을 뜻하는 눈부시게 흰 융단이 당신의 앞에 펼쳐집니다.
 
당신 옆에는, 당신의 성혼식 상대이자 사형수였던 죄인 송현호가 서 있습니다.
 
얼굴을 확인할라쳐도 둘 다 눈을 덮을만치의 면사포를 얼굴에 드리우고 있습니다.
 
성혼식 복장과는 이질적인 그의 가죽 목걸이가 유독 눈에 띕니다.
 
신태오:(자신의 결혼식이라는 생각보단, 비지니스에 임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을 디딘다.) '오늘 저녁 식사엔 빨간 적포도주가 올라왔으면 좋겠는데.' (하는 실없는 딴생각을 하며, 그러나 겉으로는 신실하고 상냥하고 고귀한 성자처럼 정숙한 태도다.)
 
주교: 성자 신태오님과 죄인 송현호의 성혼식을 신 에이론께서 축복해 주십니다.
 
이제 정말로 당신과 현호의 성혼식이 시작됩니다. 그는 지금 무슨 표정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신태오:(현호의 가죽 목걸이가 시선에 걸려 그를 쳐다보다, 엄숙한 주례 소리에 주교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말끝마다 성자, 성자 소리 듣는 것도 지겹지만... 주례에까지 죄인이라고 하는 것도 좀 너무하지 않나? 예쁘게 차려입혀 놓은 의미가 없잖아.'
 
당신은 그를 진심을 다해 사랑할 수 있을까요?
 
신태오:'뭐... 일단 해보고. 못하면 마는 거지. 지금까지 모든 성자와 성녀가 죄인을 사랑했게? 못한 사람도 있었으니까 정원에 그런 실용성 없는 석상을 만들면서까지 기린 거 아냐.' (대수롭잖게 생각한다)
 
당신과 송현호의 생각이 어떻든 두 사람은 절차대로 성수에 서로의 손을 담그고, 서로의 손등에 키스하고, 서로의 면사포를 벗기고, 드러난 이마에 키스합니다.
 
주교: 이것으로 성자 신태오님과 죄인 송현호가 신 에이론께서 맺어준 짝임을 선언합니다.
 
주교의 말에 따라 당신과 송현호는 청중을 향해 돌아섭니다.
 
돌아서면서 식장의 풍경이 드디어 눈에 들어옵니다.
 
당신은 현호가 이끄는 것에 의해 융단 위를 걷게 됩니다.
 
두 사람을 축복하는 꽃가구가, 두 사람이 가는 길을 열어주는 레이피어의 끝이 빛납니다.
 
두 사람이 서 있던 단상, 단상의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는 성상, 그리고 하객들을 볼 수 있습니다.
 
신태오:'요란하기도 하네. 평소엔 검소한 생활이니 절약이니 그렇게 강조하면서 이런 때는 쓸데없이 화려하게 해놓고 말이야.' (라는 무미건조한 감상을 느끼며, 겉으로는 활짝 웃으며 하객들을 향해 한 손을 들고 흔든다)
 
사제들을 비롯해 신도들, 일반 하객들까지 모두가 모여 당신과 송현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 관찰력 판정 ✷
 
신태오:
관찰력
기준치: 54/27/10
굴림: 55
판정결과: 실패
 
하나 같이 선망어린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신태오:(어느 한 곳 비지 않게 하객들을 보며 손을 흔들어주다, 자연스럽게 몸이 빙글 돌아가며 시선이 단상으로 흘러간다.)
 
두 사람이 성혼을 맹세했던 단상입니다.
 
주교가 웃으며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 심리학 판정 ✷
 
신태오: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50
판정결과: 실패
(주교를 보고 마주 웃지만, 속은 꼽다.) '영감탱, 웃네? 웃어? 아주 웃음이 나나 봐? 그렇게 좋냐?'
(주교의 웃음에 왜인지 기분이 뭣 같아져서, 속으로 욕설을 씹으며 눈을 굴린다. 자연스럽게 단상 옆 성상으로 시선이 옮겨간다.)
 
신 에이론의 형상을 조각한 성상입니다.
 
피에타의 자세를 하고 있습니다만 그 품안은 비어 있습니다. 그러나 감히 신의 얼굴을 인간이 보아서는 안되기에 에이론은 얼굴에 베일을 쓴 형상이지요.
 
신태오:'쯧, 내 팔자야. 신 때문에 새장에 갇혀서 아무것도 못하는 새 신세네. 그냥 확 튀어버려, ...' (생각을 흘려보내며, 에이론 성상을 쳐다본다.)
(지능 판정하겠습니다)
 
✷ 지능 판정 ✷
 
신태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저 빈 품은 추후에 신의 품으로 돌아갈 성자를 위한 자리를 뜻하는 거라고 하지요. 당신이 진심으로 송현호를 사랑하게 되면 신의 부름을 받는 겁니다.
 
✷ 관찰력 판정 ✷
 
신태오:
관찰력
기준치: 54/27/10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이제 볼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은 성상에서 눈을 돌립니다.
 
어느덧 두 사람은 식장의 끝에 다다라 에이론상 앞에 섭니다.
 
그 상의 앞에서 두 사람은 신께 성혼할 것임을 맹세해야합니다.
 
신태오:'아- 포도주 마시고 싶다.'
 
당신은 맹세합니까?
 
신태오:(속생각과 달리 기품 있고 가려한 몸짓과 말로) 나, 성자 신태오는 죄인 송현호와 결혼하여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다.
 
송현호:(태오를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봤다가 곧바로 성상 앞에 고개 숙이며 뒷말을 따라한다) ...... 맹세합니다.
 
이제 두 사람은 신 앞에서 맹세한 부부입니다.
 
식과 연회가 끝나고 두 사람은 별관으로 그 거처가 옮겨집니다. 보통의 부부들이 보내는 신혼여행 대신이지요.
 
식을 위한 치장을 모두 풀어 준 신도들이 빠져나가고 나서야 두 사람은 비로소 둘만 남았습니다.
 
어떤가요, 태오. 무섭진 않나요?
 
비록 식을 올렸다 하나, 상대방은 사형 직전까지 갔던 사형수입니다.
 
죄인입니다.
 
교리라 하나 그를 정말 배우자로 받아들일 수 있나요.
 
신태오:(거치적거리는 옷과 치장품들을 떼어내자 어깨가 가벼워진다. 하품을 하며 크게 기지개를 켜고 어깨를 가볍게 돌린다.) 하아- 아, 힘들었다.. (그리고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씩 올리며) '별관이니 주교나 그 꼰대 어르신들은 안 올 테고... 아싸, 포도주나 실컷 마셔야지-' (날듯 가벼운 걸음으로 가서 포도주 병을 집어와 현호에게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식탁에 앉는다. 와인잔에 와인을 따라 한 모금 마신 후, 현호를 보고 생긋 웃으며 잔을 기울인다) 그쪽도 한 잔 하실래요? 성혼식 전까지 금주령이 내려서, 그쪽도 술 마시고 싶을 것 같은데.
 
송현호는 무슨 고민을 한 것인지 간소한 차림을 한 채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그는 침구를 집어들더니 방을 나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집니다.
 
송현호:(바닥 구석에 자리를 잡고 이불을 몸에 두른 채 웅크린다) .... 피차 성자님도 죄인과 부부가 된 게 싫을 거 아니야? 굳이 싫은데 일부러 친절하게 대할 필요 없어. 나도 이해하니까, 적당히 지내자고.......
 
신태오:그래서 술은, 안 마실 거에요? (방글)
 
송현호:...... (진의를 가늠하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가 이불을 덮어쓴다. 그러곤 작은 목소리로) 안 마셔.
 
다행.....인가요?
 
아무리 그를 사랑하는 게 교리이고 의무라해도 처음 같이하는 그와 잠자리를 가질 수 없을 것 아닌가.............요
 
송현호는 그대로 익숙하다는 듯 바닥에 눕습니다.
 
신태오:이거 맛있는데. 아쉽네요- (눈썹을 조금 늘어뜨리며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가, 곧이어 바닥에 눕는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왜 바닥에서 자요? 잠은 침대에서 자야죠.
 
송현호:(태오에게서 등을 돌려 누운 채 대답한다) ........ 성자님이랑 내가 어떻게 같이 자. 아무리 그래도 신분이 다른데.
 
신태오:그게 뭐가 중요해요? 이미 우리는 부부가 됐는데. (장난스레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남편을 바닥에서 재운 매몰찬 부인이 되고 싶지는 않네요. 내가 불편해서 그러는 거라면 내가 바닥에서 잘 테니까, 당신이 침대에서 자요. 그 편이 더 편하고 좋을 걸요?
오늘, 안 그래도 처음 겪는 일이라 피곤할 텐데. 이런 날에는 편안한 데서 푹 자야 좋아요. 바닥도 찬데 그렇게 자면 몸살 날 걸요. (현호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아 일으킨다.)
 
송현호:(그대로 누워 있다가 태오가 일으키자 몸을 흠칫 놀랜다) ...?! 뭐 하려고....?!
 
신태오:(무슨 놀이공원 안내요원처럼, 혹은 유치원 선생님처럼, 앞을 가리키며) 자, 여기서 한발 두발 세발-.. 네 발만 걸으면 침대네요~ (방글방글 웃으며 현호의 등을 톡톡 두드려 걸음을 재촉한다) 자, 천천히 가봅시다 한발 두발 세발- 옳지 잘한다~
 
송현호:그, 그....? (애기 다루는 듯한 말투에 당황하며 그에 따라 걷다가 침대에 다다른다)
 
신태오:와 벌써 이만큼 왔네요-! 아이 장하다- (여전히 방실방실 웃으며, 이불을 현호의 목 밑까지 덮어주고, 아이 얼르듯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이제 코 자면 됩니다. 성자는 밤잠이 없어서, 당신이 잠들고 나면 잘 거에요~ 좋은 밤 되세요~
 
송현호:.....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태오를 신기한 듯 보다가, 아무런 의도가 없어보이는 그의 태도에 안도의 미소를 살짝 짓고는 눈을 감는다. 작게 중얼거리며) ...그게 뭐야, 애도 아닌데.... (티는 내지 않았지만, 정말 피곤했는지 금세 잠에 든다)
 
신태오:(이불 위로 손을 토닥이다, 금방 잠이 든 걸 보고 고개를 기울이며 현호의 얼굴을 살핀다.) '...흠, 금방 잠드네. 피곤하긴 했나봐. 더 고집 안 부리고 넘어와서 다행이다. 그나저나... 별로 사나운 것 같지도 않은데, 어쩌다 사형수씩이나 됐나 몰라.' (겁먹은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던 현호의 모습을, 그리고 살짝 입가에 스쳤던 현호의 미소를 떠올리고, 그의 입꼬리 옆을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렸다 뗀다.) ...가만 보니 귀엽게 생겼는데. (피식 웃는다)
(그러나 더 뭘 하지는 않고, 손을 떼고 나온다. 털레털레 걸어가 와인잔을 손에 쥐고 입에 털어넣는다) ..하~ 이 맛이지. (기분 좋게 웃으며 와인병 하나가 끝날 때까지 혼자 와인을 즐긴다. 그러다 마지막 잔을 기울일 때, 잠이 든 현호 쪽을 보고 눈웃음 짓는다.) ..내일부터가 기대되는걸. 무슨 사연이 있는지, 언제쯤 얘기해줄까?
 
그렇게 밤이 깊어갑니다.
 
당신은 현호 옆에 누워 함께 침대에서 잠을 잡니다.
 
당신은 문득 잠에서 깹니다.
 
교단 건물 중 하나라고 하지만, 낯선 잠자리였고, 또한 같은 방에, 같은 침대에 송현호라는 낯선 이와 함께했기 때문이었죠.
 
자유행동이 가능합니다.
 
신태오:'...아, 이렇게 깨면 다시 잠 잘 못 드는데.' (눈곱만 떼곤, 눈을 깜빡이고 주변을 둘러본다. 가장 가까이 있는 현호 쪽에 눈이 간다.) '나만 깬 건가... 이쪽은 잘 자고 있나?'
 
송현호는 많이 고됐는지 곤히 잘 자고 있습니다.
 
깨울까요?
 
신태오:'굳이? 잘 자는 사람을 깨워서 뭐하게. 괴롭히는 거지 그건.' (떠오른 선택지를 바로 날려버린다. 현호가 깨지 않게 조심스레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둘러본다)
 
✷ 은밀행동 판정 ✷
 
신태오:
은밀행동
기준치: 70/35/14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과 송현호의 신방은 정갈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침대와 테이블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신태오:음... (잠에서 덜 깬 침음을 흘리다, 그림을 쳐다본다)
 
피에타 자세로 그려진 신 에이론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여전히 그 품 안은 비어 있군요.
 
신태오:.....아, 진짜. 맨날 똑같은 거야.. (질린 듯 투정부리는 음성을 뱉는다. 눈가를 쓸며 마른 세수를 했다가 눈을 돌려 테이블을 본다.)
 
당신과 송현호가 성혼식을 끝내고 들어와 마셨던 차와, 어제 당신이 먹었던 와인이 올려져 있습니다.
 
신태오:....볼 거 없네. (눈을 돌려-결국 먼길 돌아-침대를 쳐다본다.)
 
당신과 송현호가 함께 잔 침대입니다. 은은한 향이 풍깁니다.
 
당신이 자주 마시던, 성혼식을 끝내고 송현호와 함께 마셨던 차 향이 납니다.
 
신태오:....흠. (자주 맡은 차 향이건만, 침대에서까지 느껴지는 것에 의아함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다. 향이 좋다고 해서 여기까지 차 향을 낼 필요가 있나?)
 
침대를 살피며 의구심을 표하고 있는 가운데, 그 위에서 잘 자고 있는 송현호에게 눈길이 닿습니다.
 
✷ 관찰력 판정 ✷
 
신태오:
관찰력
기준치: 54/27/10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송현호가 죄인으로 끌려다니며 남았던 상처자국이나, 잡혀들어오기 전에 사람들에게 입었던 상처 등이 온몸에 남아있습니다.
 
어제는 꾸며놓기도 했고, 밤이라 어두워서 잘 보지 못했지만, 성한 데가 없어보입니다.
 
성혼식 때 단장했던 어제와 다른,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네요.
 
✷ 행운 판정 ✷
 
신태오:...아까... 왜 이걸 못 봤지. (눈이 가라앉으며, 손으로 상처 부근을 짚었다가, 아플까봐 바로 손을 뗀다.) '나 참. 성자의 결혼상대라면서. 꾸며놓기만 하고 이런 기본적인 걸 안 한 거야? 담당자들 다 불러서 한 소리 해야 하겠네.' (하고 속으로 구시렁거리며, 구급상자를 찾는다)
기준치: 70/35/14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신방 침대 밑에 구급상자가 있습니다.
 
신태오:'으흥, 역시 성자라고 필요한 건 다 있다니까.' (냉큼 구급상자를 꺼내 약이며 거즈며 붕대며 필요한 것들을 꺼낸다. 이불을 걷어 현호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고 섬세한 손길로 약을 발라주고 감염의 위험이 있어 보이면 붕대를 감아준다.)
 
그런데 잘 때도 목걸이를 하고 자네요. 불편해 보입니다.
 
신태오:'그러네. 불편할 텐데. 그냥 빼고 자면 안 되나?' (고개를 갸웃했다, 목걸이를 빼주려 손을 뻗는다)
 
이크!
 
당신이 무언갈 삐끗하자, 송현호가 눈을 질근 감았다가 불편한 기색으로 눈을 뜹니다.
 
송현호:윽...... 뭐야, 왜 깨웠냐...?
(To GM)rolling 1d100
(
59
)
 
=
59
 
신태오:...아, 깨웠네. (의도치 않은 상황에 눈을 깜빡였다, 활짝 웃으며) 좋은 아침입니다~ ...가 아니라, 새벽이네요~ 하하, 미안해요. 그 목걸이가 불편해 보여서 빼주려고 한 건데. 어쩌다 깨워버렸네요. (머쓱한 얼굴로 뒷머리를 쓸며 어설프게 웃는다. -선량한 성자 이미지 메이킹의 일환이다-)
 
송현호:어.....? (단잠에서 깨워서 그런지 눈을 찌푸렸다가, 밖이 새벽인 걸 확인하곤 태오를 다시 본다) .... 성자님은 왜 벌써 일어나있어, 더 안 자고...?
 
신태오:(생글거리며 침대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다. 현호와 눈을 마주치고) 그러게요~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가, 자다가 잠이 깨어버려서..- 아침이 올 때까지 죽치고 앉아있으려고 했는데, 동무가 하나 생겼네요? 잠 안 오면 저랑 좀 놀아줄래요?
 
송현호:.... (방금 막 잠에서 깬 멍한 얼굴로 태오를 빤히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응.
 
신태오:와, 정말요? (별 것도 아닌데 감격한 것처럼 밝게 웃으며 현호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 흔든다. 그러나 현호가 불편해할까 금방 손을 놓아주며, 대신 빈틈없이 생글거리고 있는 얼굴로 현호를 바라보고) 음, 보통 이런 때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는데- 저는 고리타분한 신전에서 평생 커서 그런가, 재미있는 얘기라곤 도통 아는 게 없어서요. 당신은 바깥에서 왔으니, 저보단 넓은 세상을 알겠죠. 혹시 괜찮다면 당신이 아는 바깥 세상 이야길 들려주지 않을래요?
 
송현호:(화사하게 웃는 태오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바깥얘기라는 말에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눈을 살짝 찌푸린다. 경계하듯 태오를 쳐다보며) ........무슨 바깥얘기?
 
신태오:음, 아무 얘기나요. 사람 사는 이야기라던가, 전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산이나 바다, 넓게 펼쳐진 들판에 관한 이야기도 좋고. 아니라면- (현호와 눈을 마주치고 부드럽게 웃는다.)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도 나쁘지 않겠네요.
아, 강요는 아니에요. 그냥, 외부인에 대한 성자의 지나친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불편하게 할 의도는 아니었어요. (서글서글한 얼굴로 웃으며 덧붙인다)
 
송현호:..... (눈을 찌푸린 상태로 눈을 크게 떠 태오를 쳐다본다. 진의를 살피는 듯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여기서 밖에 살지 못했다는 태오의 말이 목에 걸려서인지, 눈을 창가로, 아래로 데굴데굴 굴렸다가 창문 밖으로 시선을 둔 채 입을 연다) ........... 정말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고? 태어나서 한 번도?
 
신태오:(연례행사처럼 바깥으로 나가는 공식 일정도 있었고, 이따금 가출해서 바깥을 돌아다닌 적도 있었지만... 여기선 불쌍해 보여야 하므로, 아무렇지 않은 순진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네, 저는 성자니까. 신전을 떠나서 살 수 없어요. 종종 바깥에 나가는 일이 있긴 했지만... 귀한 성자님 몸에 상처라도 나면 안 되니까, 마차 위에만 있거나 직접 걸어도 주위에 지키는 사람들이 득시글득시글~ 꽤 갑갑한 삶이죠. 그러니 불쌍한 이 어린 양을 위해, 당신이 아량을 조금 베풀어 주는 건 어때요?
 
송현호:(세상에 그런 일이.. 안타까워 하지만 의심 반 담긴 눈을 하다가, 성자님, 성자님 하며 그를 종일 따라다니고 과보호하는 다른 신도들을 떠올렸는지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음, 성자님도 많이 힘들겠네.
(그러다가 결심한듯 한숨을 푹 내쉬곤 그를 눈치보듯 힐끔 쳐다본다. 완전히 태오를 믿는 눈빛은 아니다..) .... 다는 말 안 할거야. 나 아직도 잠 오니까.
 
신태오:(성자님도 힘들었겠다는 얘기에 개의치 않고 빙긋 웃으며) 글쎄요, 당신만 하겠어요. 배부른 투정이죠. (작게 웃고는, 얘기해준다는 말에 눈을 빛낸다.) 응, 네. 잘 들을게요.
 
송현호:(태오를 보고 다시 한숨을 쉰 뒤, 창밖을 보며 말을 꺼낸다) ...세상 어디나 다 그렇겠지만, 바깥은 신분이 강하게 작용해서,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 아랫사람은 뭐든지 다 해야 해. 먹지 말라고 하면 먹지 말고, 자지 말라고 하면 자지 말고. 그나마 다행인 건 나 같은 계급이 머릿수가 많아서 서로 위로가 된다고 해야되나?
 
신태오:(겪어본 적 없는, 책으로 읽거나 대강 전해듣기만 했던 노예의 삶을 생각해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송현호:(그러다 뭔가 생각난 듯 피식 웃으며 태오를 본다) 언젠 그런 일도 있었어. 소년 소녀들을 어떤 귀족이 엄청 갈구고 있길래 하던 일은 내팽겨치고 그 돼지 새끼 얼굴을 세게 쳤거든. 근데 그 돼지새끼가 얼마나 약해 빠졌으면, 그 한 방 맞았다고 이 부러진 채로 기절을 하냐고. (키득거리며 작게 '아, 지금 생각해도 속시원하네.'라고 했다가 손을 허공에 휘휘 저으며) 아, 물론 개 같은 제국법 때문에, 엄청 두들겨 맞고 뒷간에 갖히긴 했는데. (피식) 괜찮았어. 밤중에 그 애들이 먹을 거 조금 가지고 와서 고맙다고 했거든.
 
신태오:(어리고 약한 아이들을 핍박했다는 귀족 이야기에 눈을 찌푸렸다가, '돼지 새끼 얼굴을 세게 쳤다'는 말에 눈이 커진다. 이내 입가를 가리고 큭큭거리고 웃는다. 그러나 '엄청 두들겨 맞고 뒷간에 갇혔다'는 말에, 웃음을 그치고 안타까운 듯 얼굴을 굳힌다. 조금 쓰게 웃으며) ...불의를 못 참는 정의로운 성격이시군요. 아이들이 당신을 좋아했겠어요
'노예라... 신분으로 나누고 핍박하는 것이 이 세상의 토대를 이룬 규칙인 것은 알지만. 역시 개돼지만도 못한 것들이 신분을 이유로 약자를 괄시하고 괴롭히는 건..- 불합리한 일이지. 이런 생각조차 눈앞의 사람과 같은 처지의 사람에겐 기만으로 보이겠지만.'
 
송현호:(그냥 죽 읊었을 뿐인데, 정의롭다고 말하는 태오를 잠시 물끄러미 쳐다봤다가 피식 웃는다) ...그런 거창한 거 아니야. 그냥... 그런 상황을 직접 보면 성자님도, 그 누구라도 나섰을 거니까.
(느리게 말을 잇는다) ..그냥 그렇게, 일하고, 불합리한 일이 있으면 나서고, 벌 받고, 위로받고, 노예라는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잘 지내고, 그러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러다 입을 딱 다문다. 뭘 생각하는지 눈을 찌푸려지고 목 울대가 울렁거린다)
 
신태오:글쎄요.. 누구나 그런 상황을 참기 힘든 건 마찬가지지만, 누구나 그런 상황에 나설 수 있는 건 아니죠. 소수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기에, 그런 걸 두고 '용기' 라고 하는 것이고요. (성경을 읊듯 잔잔하고 나긋한 목소리를 뱉는다.)
(집중해서 듣다가, 말이 이어지지 않고 끊기며 현호의 얼굴이 구겨지고 무언가 괴로워하는 듯한 반응에, 기민하게 알아채고는 금방 부드러운 얼굴로 현호의 어깨를 토닥인다.) 괜찮아요. 말하기 싫으면, 그 이상 떠올리지 않아도 돼요. 당신의 괴로운 얼굴을 보고 싶지 않네요.
 
송현호:(이불을 두손으로 꽉 쥐고 부들거리다가, 울 것 같은 얼굴로 태오를 쳐다본다. 그러다 계속 말할지 말지 고민하는 듯 입술만 달싹이다가, 곧 고개를 떨구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며 눕는다) ........피곤해. 자야겠어. 성자님도 자.
 
신태오:(생글 웃으며) 네. 잘 자요. (누운 현호의 머리를 살짝 짚으며, 보통 남에게 잘 해주지 않는- 자기 전 읊는 기도문을 간단하게 읊어준다.) 부디 평안한 밤이 되시길. 당신에게 신의 가호가 깃들 거에요.
 
당신은 여느 때보다 나긋한 목소리로 가장 낮은, 어쩌면 가장 불우한 자에게 행운이 깃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문을 읊습니다.
 
그렇게 당신의 자장가 같은 기도문 외는 소리가 달빛을 타고 흘러,
 
다음 날이 옵니다.
 
───────ㅤCHAPTER 2ㅤ───────둘째날
 
둘째날이 밝았습니다.
 
눈을 떠보자, 송현호는 아직 잠들어있습니다.
 
신태오:(기지개를 켜고, 하품하며 옆을 돌아보는데. 잘 자고 있는 현호를 보고 피식 웃은 뒤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세수와 몸단장을 한다)
 
여느 때처럼 당신이 성자의 모습으로 단장을 마칠 동안에도 그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많이 피곤한 걸까요?
 
신태오:'그런가. 하긴, 낯선 곳에 낯선 사람에... 거기다 오랫동안 고생도 했으니 긴장해서 피곤할 만도 하지. 갑자기 장소가 바뀌면 아프기도 한다는데, 혹시 병이라도 난 건 아니겠지?' (오랫동안 깨지 않는 것에 약한 의문을 느끼고, 침대 쪽으로 다가가 안색을 유심히 살핀다)
 
다행히도 아픈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얼굴을 찌푸린 채,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네요.
 
신태오:....악몽이라도 꾸는 건가? (찌푸린 미간을 펴도록 이마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뭐라고 중얼거리는지 귀를 기울인다)
 
✷ 듣기 판정 ✷
 
신태오: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송현호:(몸을 웅크린 채 몸을 바들바들 떨며) 싫어, 하지마, 아니야, 이건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니야, 도와주세요, 제발........
 
잘 자고 있다기엔 식은땀도 흘리는 것 같고, 고통스러워 보입니다.
 
대체 무슨 꿈을 꾸는 걸까요?
 
전 주인과 기사들을 죽였다는 그 일? 아니면 그 전에 있었던 다른 일이라도 있는 걸까요?
 
신태오:(상처받은 짐승처럼 부들거리며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 그리고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얼굴에, 안색이 싸하게 가라앉는다.) '...여기 오기 전에 어떤 끔찍한 일은 겪은 건가. 따지고 보면 나와 상관없는 일이지만, 내 성혼자를 감히 괴롭게 한 일이라니, ...기분 엿 같네. 권력도 지위도 있겠다, 어떻게, 건수 만들어서 권선징악을 실현해 봐?'
(살의를 품고 눈을 번뜩였다, 일단 눈앞의 상대가 우선이므로 현호를 일으켜 품에 안는다. 귓가에 대고 달래듯 속삭인다.) 쉬이, 괜찮아. 아무도 널 해치지 않아. 겁 먹지 않아도 돼. 내가 도와줄게.
 
성자의 따스한 품 안에서 조금의 평안이라도 찾았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괴로워보입니다.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깨우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좀 더 자게 두는 게 좋을까요?
 
신태오:(아무래도 안 들리나 보네. 무의식 중에 들려온 말을 듣고 편안해 졌으면 좋았겠지만. 자게 둬봤자 안 좋을 거라는 계산을 하고 현호의 어깨를 잡고 흔든다.) 현호님, 일어나세요.
 
당신은 송현호를 깨웁니다.
 
그러자 송현호는 소스라치게 놀라, 형형한 기색으로 당신을 덮칩니다.
 
훅 끼치는 살기가 당신을 짓누릅니다.
 
신태오:응? ...
 
✷ 이성 판정 ✷
 
신태오:
SAN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째서 송현호가 이런 살기를 뿜는 걸까요.
 
얼마안가 당신임을 확인한 송현호가 황급히 당신에게서 내려옵니다.
 
신태오:(확 쓰러져 등 뒤에 푹신한 침대가 닿는다. 갑작스러운 격변에 눈을 깜빡인다. 조금 놀랐을 뿐이라, 현호를 빤히 쳐다본다. 두 손은 '항복' 자세처럼 들어올려 침대에 대곤) 현호님?
 
신태오:(내려가는 걸 보고 허리를 세워 앉는다. 그리고 현호를 바라보며 너스레를 떨듯 웃는다) 갑자기 깨워서 놀랐어요? 미안해요, 좀 더 살살 깨웠어야 했는데. 안 좋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길래 허락도 없이 손 대 버렸네요. 용서해 주세요. (생글)
 
송현호:(놀란 토끼눈으로 당신의 두 눈을 번갈아 보다가 침대 끝으로 가, 최대한 태오에게서 멀어진다) ....그, 아니...... 미안.
 
(To GM):
정신력
기준치: 70/35/14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신태오:응? 아니, 뭐가 미안해요. 날 때리거나 욕한 것도 아닌데.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서글서글 웃고 있다. 실제로 조금 놀랐을 뿐 아무 타격이 없었다. 현호를 되려 안심시키듯-고양이 집사 모드-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랜다.) 미안하면 가까이 와줄래요? 얼굴 보고 말하고 싶은데, 어제부터 자꾸 나한테서 멀어지려고만 하니, 얼굴 보기가 힘드네요. 아, 혹시 내가 싫어요? (갸웃)
 
송현호:(싫냐는 말에 태오에게서 더 몸을 돌려 앉고는, 되레 날이 선 큰소리로) ... 조심하라고, 성자님. 난 사람 여럿 죽여봤고, 당신 목 하나 비틀어 죽이는 건 눈 깜빡이는 것보다 쉬우니까.
 
신태오:어라, 지금 나 걱정하는 거에요? (생글)
 
송현호:....... (아무렇지 않은 태오의 말을 듣고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대로 돌려 앉아, 아무 말이 없다)
 
그때, 트레이에 놓인 식사가 들어옵니다.
 
식사는 이제까지 받았던 식사와 달리 2인분인 것을 제외하면, 평소와 같이 정갈합니다.
 
송현호의 몫으로 준비된 식사도 당신과 별 다를 바 없이 정갈합니다.
 
지금 보니 밑에 칸에는 차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 역시 어제 정원에서 보았던 꽃이 띄워진 차입니다.
 
신태오:(현호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가, 식사가 들어오자 '뭐, 천천히 말해도 상관 없겠지.' 하고 태연하게 일어나 식탁으로 간다. 현호 쪽을 보고 천연덕스럽게 부른다.) 자, 아침 먹어야죠. 배 안 고파요? 와서 같이 먹어요.
 
송현호:........(여태껏 뒷모습만 태오에게 비추다가, 밥 소리에 고개를 살짝살짝 돌려 식사를 본다. 한참을 그러다가 낮은 목소리로) ....성자님은 이런 분위기에 그런 태평한 소리가 나와?
 
신태오:(의아한 듯 두 팔을 펼쳐 어깨를 으쓱이며) 이런 분위기요? 무슨 분위기? (씩 웃으며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 쪽을 손으로 가리키고 빙글 몸을 돌려 웃으며) 화창한 햇빛이 들어오는 활기찬 하루의 시작? 맛있는 밥을 먹기 좋은 분위기 아닌가요.
아, 당신 얘기 다 들었어요. 근데 일단 밥을 먹어야 절 죽이든 말든 하죠. 와서 먹어요. 아님 갖다 줄까요? (긴장감 두려움 1도 없음)
 
송현호:(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다시금 식사를 힐끔 보더니, 조심스레 태오의 맞은편-테이블-자리로 가 앉는다. 물론 태오에게서 거리를 두려는 듯, 의자를 당기기긴 한다) ....... 먹지, 뭐.
 
트레이의 식사가 테이블 위에 모두 세팅되었습니다.
 
신태오:아이 착하다~ 그래요, 탈 안 나게 꼭꼭 씹어먹고 심각한 이야기는 나중에 마저 해요? (슬쩍 현호의 머리를 톡톡 쓰다듬고, 쳐내기 전에 손을 떼곤 식사를 시작한다)
 
당신은 현호의 태도에 아랑곳 않고, 식사를 합니다.
 
.
 
식사를 끝내고, 당신이 성자로서 일과를 시작하기 전까지 잠시의 휴식시간이 주어집니다.
 
그 잠시 동안 송현호와의 친분을 쌓을 수 있겠네요.
 
별관을 둘러보거나, 같이 서재에 가는 등 할 수 있겠습니다.
 
신태오:'흠, 이 사람은 나랑 같이 안 있으면 신분 때문에라도 자유롭게 돌아다니긴 힘들겠지. 그럼 이참에 같이 다니면서 좀 놀고, 친분도 좀 쌓아볼까~' (질리지도 않고 여전히 산뜻한 미소가 걸린 얼굴로, 현호에게 다가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 우리 같이 바깥 구경 좀 할래요? 어젠 피곤해서 별관 와놓고 자세히 보지도 못했으니까, 같이 별관 탐험 좀 해요- 혹시 몰라요? 뭔가 재미있는 거나, 숨겨진 비밀 방 같은 게 있을 지도 모르잖아요?
 
송현호:(식사 후에 조용히 바닥 구석에 찌그러져 무슨 생각에 깊이 깊이 빠져 있다가, 불쑥 태오의 얼굴이 나타나자 깜짝 놀라 벽에 머리를 박는다.) 악...! (그러고 민망했는지 박은 머리를 한 손으로 살짝 쓰다듬으며, 특유의 고양이 눈으로 태오를 쳐다본다) ...... 나랑?
 
신태오:(머리 박는 걸 보고 슬쩍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면서, 여전히 웃는 얼굴로) 네! 이 방 안에만 있기는 갑갑하잖아요? 같이 가 봐요. 혹시 대주교가 숨겨놓은 비상금 같은 걸 발견할 수 있을 지도- (생긋) 아, 농담이에요. 아무튼 가 봅시다! (현호의 두 손을 잡고 어린아이 쭉쭉이 하듯 일으킨다)
 
송현호:아, 알았어...! 같이 가면 되잖아. 어린애 취급 하지마. (일어나 툴툴거리며 당신에게서 적정 거리를 둔다.)
 
신태오:(아니나다를까 떨어지는 현호의 손을 잡아채, 깍지를 낀다. 그리고 날아갈 듯 가벼운 걸음으로 앞장선다. '출발 고고씽'하는 말투로) 자, 출발~
 
송현호:아니, 진짜....! (갑작스레 낀 깍지를 풀려고 하다가, 곧 포기하고 태오의 뒤를 따른다)
 
당신과 송현호는 신방을 빠져나옵니다.
 
성혼식을 한 성자와 그 상대인 송현호를 위해 만들어진 별관은 조용합니다.
 
별관은 말 그대로 별관으로 교단의 한켠에 마련된 공간입니다.
 
신방을 제외하면, 첫번째 방두번째 방화단이 다인 간단한 구조입니다.
 
별관에서는 지붕만 거의 보이는 창문 없는 탑이 보이긴 하지만 건물을 가로지르거나 빙 돌아가는 등 시간이 많이 걸려 지금은 갈 수 없습니다.
 
신태오:'호오, 언제 한번 농땡이치고 가볼까..~' (창문 없는 탑을 보고 호기심을 가지지만, 후희를 위해 그쪽은 킵해두고. 눈앞에 보이는 첫번째 방으로 현호를 잡아 이끈다.) 이쪽부터 가볼까요? 두근두근 설레는 별관 탐험- 대망의 첫번째 방은~ (-예능 프로 MC 말투-)
 
두 사람의 신방 왼켠에 위치한 방입니다. 조심히 열어보자, 내부는 서재입니다.
 
신태오:..서재군요~ 흠, 뭔가 재미있는 게 없을까... (뒷말을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서재 책장을 들여다 본다.) '금서나 잡서 같은 게 있으면 재미있을 텐데... 그런 거 숨겨져 있지 않을까나-'
 
송현호:(서재라는 말에 눈을 반짝이며 둘러본다)
 
✷ 관찰력 판정 ✷
 
신태오:
관찰력
기준치: 54/27/10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강행합니다.
 
신태오:(강행합니다)
관찰력
기준치: 54/27/10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연하리만치 성서들이 가득하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에이론의 교리에 대한 내용이죠. 당신의 기억의 시작부터 질리도록 읽었던 내용이라 눈 감고도 외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미지
 
가장 고귀한 이가 가장 낮은 자를 사랑하니 그것이 신의 은총이요. 성자가 진정한 성자로 거듭날 수 있음이라.
 
이미지
 
당신은 이제까지의 성녀, 성자들처럼 송현호를 사랑하여 진정한 성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신태오:(역대 성녀, 성자처럼 되는 것도, 진정한 성자로 거듭나는 것도 모두 태오의 관심 밖이다. 되면 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식. 하지만 현호를 사랑하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걸 왜 못해? 뭐 어려운 일이라고. 대강 교리 내용을 보곤 혹시 책장 사이에 비상금(...)이 있지 않을까 책장을 좀 넘겨보다, 없는 것을 확인하고 쩝 입맛을 다시며 책을 도로 넣어놓는다.) '역시 신전 샌님들은 통 재미가 없다니까. 그래도 사람이니 틀림없이 어딘가에 비상금이나 재물 같은 걸 숨겨 뒀을 텐데..~'
 
✷ 지능 판정 ✷
 
신태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에이론의 교리에 대한 책은 가득한데 역대 성녀, 성자에 대한 책이 손에 꼽습니다. 있더라도 성혼식 이후의 삶이 씌여지지 않았네요. 흔히들 말하는 일반인의 삶으로 돌아가기라도 한걸까요.
 
신태오:'흠,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단순히 일반인의 삶으로 돌아갔기 때문인가? 아니면 배우자한테 살해당했나?' (남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역대 성녀, 성자에 관한 책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책들을 살펴보던 당신은 벽지의 색이 다른 경계를 발견합니다.
 
그렇다는 건 본래 서있던 것을 치워서 남은 흔적이란 거겠죠.
 
신태오:(벽지의 색이 다른 것을 발견하고, 눈을 반짝인다. -유잼의 향기- 도파민이 흘러나와 익은 벼처럼 늘어져 있던 신경에 스파크같은 감각이 일어, 흥미로워 하며 냉큼 벽지로 다가가 살펴본다.) '여기 뭔가 있었는데, 치운 거네? 뭘 옮긴 거지? 책장? 혹시 벽지 뒤에 비밀 공간 같은 게 있는 거 아냐?' (벽을 주먹으로 노크해본다)
 
노크를 하더라도 비밀공간이 있을 것 같은, 텅 빈 소리가 아닌, 평범한 둔탁한 소리가 납니다.
 
✷ 관찰력 판정 ✷
 
신태오:
관찰력
기준치: 54/27/10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대신 벽에 작은 낙서를 발견합니다.
 
[난 성녀 자격이 없나봐. 그가 너무 무서워.]
 
전 성녀의 흔적일까요. 그는 당신과 달리 죄인을 사랑하는 것이 무서웠나 봅니다.
 
신태오:'에이.' (평범한 노크 소리가 나는 걸 듣고 식은 눈을 했다가, 벽에 보이는 작은 낙서에 눈에 다시 빛이 돌아온다.) '흐음.' (낙서를 들여다 보곤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뭐 무서울 만도 하지. 온실 속의 화초로 곱게 컸으면. 사람마다 받아들일 수 있는 일도 사람의 기질에 따라 다르고. 뭐 이런 걸로 성녀 자격이 없다 씩이나 생각한담? 그냥 망할 주교 망할 신전~ 벼락이라 내려라 생각하고 살면 되지.'
 
송현호:(태오가 뭘 보든, 처음 들어와 보는 서재에 눈을 반짝이며, 이것저것 책들을 꺼내어 보지만 글을 모르는지 다시 넣기를 반복하다, 그림이 최대한 많은 책들을 골라 책장을 넘긴다)
 
신태오:(벽에서 떨어져 나와 몸을 돌리는데 그림이 많은 책을 골라 보고 있는 현호를 발견하고,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살금살금 그의 뒤로 다가가 왁 놀래키듯 두손으로 어깨를 탁 친다.) 뭐 보고 있어요?
 
송현호:(어깨를 살짝 친 것 뿐인데도 소스라치게 놀라 뒤를 훽 돌았다가, 태오인 것을 보고 책을 만지작거린다) ..... 이거.
 
신태오:(현호가 보고 있는 책이 무엇인지 힐긋 본다)
 
신을 모시는 곳인지라 성교에 관한 책 밖에 없는데, 개중에도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당신이 어릴 적 한두번 보고 금방 뗐던 아주 쉬운 아이용 성경입니다.
 
신태오:(어릴 적 봤던 익숙한 어린이용 성경을 보곤, 피식 웃고 현호에게 생글거리는 얼굴로 묻는다) 성경 본 적 있어요? 본 적 없으면 내가 들려줄 수도 있는데.
 
송현호:(눈을 반짝반짝 빛내다가, 이내 불이 꺼지듯 눈의 빛을 끄곤 고개를 떨군다) ...... 나 같은 죄인이 성경을 읽어봤자, 뭐하겠어. 이미 나는........ (그러곤 책을 책장에 꽂는다)
 
신태오:(현호가 책을 책장에 꽂아넣는 순간에, 손을 잡아채 두 손으로 손을 붙든다. 입은 미소가 걸려있지만, 흔들림 없는 눈으로 코앞의 거리에서 현호의 눈을 쳐다본다.) 그렇게 말하지 마요. 당신이 이전에 어떤 신분이고 어떤 죄를 지었든, 그건 여기서 하나도 중요한 게 아니니까.
신 앞에 만물은 평등하다는 이야기, 못 들어봤어요? (두 눈을 접어 빙긋 웃는다. 잡은 손으로 상처투성이였던, 자신이 어젯밤 치료해준 손등을 부드럽게 쓴다.) 원래 누구나 어느 정도의 죄는 다 짓고 살아요. 그게 무엇이 되었든, 신은 모두에게 평등하고 관대하죠. 하지만 신이 일일이 모든 피조물을 보살필 수 없기 때문에, 저같은 성자나 신관이 있는 거에요. 그러니, 원하는 것이든 싫은 것이든, 어떤 것을 털어놓아도 괜찮아요. 전 언제든 받아줄 수 있으니. 당신이 원하는 때 마음대로 해요.
아, 옆길로 샜네요. 그래서~ 원하면 성경 처음부터 끝까지 읊어드릴 수 있답니다. 아니면 글자를 가르쳐 드릴까요? 성경 말고도 재밌는 글이 많은데. 몰래 시장에 나가서 재미있는 소설을 사서 들고 와 읽으면, 심심풀이로 좋을 걸요?
 
송현호:(따뜻한 미소와 함께 너무나 온화한 말이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이 뭔가 촉발시켰는지, 잡은 손을 세게 뿌리친다) 거짓말 하지마! 신은 없어! 지금까지 한 번도 나를 구해준 적 없었으면서.....!
 
그가 손을 뿌리치는 순간, 그의 손톱에 의해 당신의 손이 긁힙니다.
 
신태오:아야. (팍 뿌리쳐지며 따끔한 통증을 느낀다. 그러나 태연하고 무상하게 신음을 뱉곤, 현호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확실히 큰 일이 있어나 보네. 흐음, 괜히 반감만 들게 했나? 어쩐다. 간식으로 꼬셔서 달래볼까-'
 
살짝이긴 하지만, 당신의 손에 그인 자국이 점점 붉게 변하더니, 이내 붉은 핏방울이 주르륵 떨어집니다.
 
신태오:...아이코. (남의 상처 보는 것처럼 무심하게 제 손을 바라보곤, 자연스럽게 상처를 입에 가져가 핥는다.)
 
송현호:(자신의 손톱 끝에 흐르는 피를 보고 "헉"하며 놀라곤, 태오의 손을 본다. 핏자국을 보고 오히려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 .......... (그러다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그, 러게 내가........ 조심하라고, 했잖아............
 
신태오:(상처를 할짝이다, 파랗게 질린 얼굴로 떠듬떠듬 말하는 현호를 보고, 눈을 빙그레 휘며 부드러운 목소리를 뱉는다) 그러네요. 이건 조심 안 한 내 잘못이니까, 얼굴 풀어요. 왜 그렇게 죽상이에요? (소리내어 웃으며, 현호의 뺨을 가볍게 꼬집는다. 이내 손을 떼곤 문 쪽으로 향한다.) 아무튼 치료는 해야 되겠네요. 남들한텐 내가 책 보다 책장에 베였다고 할 테니까 걱정 마요~
 
송현호:........ (미안한지, 아무 말 없이 태오를 힐끔 쳐다봤다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인다)
 
어찌됐건 상처 치료를 위해 당신은 신방으로 돌아옵니다. 당신의 뒤를, 적정거리를 유지한 채 송현호가 따라옵니다.
 
신태오:(구급 상자를 꺼내, 익숙하게 한 손으로 약을 바르고 치료한다. 반창고를 붙이며 넌지시 말을 꺼낸다) -당신 말이 맞아요. 신은 없죠.
그런 공명정대한 신이 있었다면 세상에 억울한 사람이랑 고통받는 사람이 왜 있겠어요. 애초에 죄는 왜 짓고? (너스레 떨듯 가볍게 어꺠를 으쓱이고, 구급 상자를 닫는다) 그냥 필요해서 믿는 거지. 있다고 믿고, 구원해줄 거라고 믿고.
 
송현호:(태오의 말을 듣는지 마는지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조용히 있는다)
 
신태오:그러니까 당신도 그냥 믿어요. 내가 당신을 구원해줄 거라고. (현호 쪽을 보고 씨익 웃는다) 다들 그래요. 믿음도 원망도 전부 받아내야 하는 게 이 위치에요. 그러니까 당신도 신이 밉거나 원망스러우면 날 미워해요.
 
송현호:.......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자신을 탓하란 말에 고개를 살짝 들어 태오를 힐끔 쳐다봤다가 옆으로 시선을 돌린채 낮게 툴툴거린다) ... 싫어. 니 잘못 아니잖아.
 
신태오:내 잘못이 아니어도 내 잘못으로 쳐야 할 때가 있는 거죠. 그런 거 일일히 신경쓰면 성자 못 해요~ 화병 나서 죽을 걸요? 전 그릇이 크니까 마음 놓고 기대도 된답니다- 뭐, 만에 하나 버거울 것 같아지면, 그때 가서 말할게요. (가볍게 웃으며 손목을 뱅글뱅글 돌리곤, 읏차 하고 일어난다.) 자, 나머지 방도 뭐가 있나 보러 갈까요?
 
송현호:(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당신은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신방을 나옵니다.
 
`두 번째 방과 `화단``을 갈 수 있습니다.
 
신태오:(두번째 방으로 간다)
 
두번째 방은 신방의 오른켠에 위치한 방입니다.
 
당신이 행사가 있을 때마다 사용하던 커다란 목욕통이 여기에도 있는 것으로 보아, 욕실인 듯합니다.
 
들어서는 순간 머리가 아찔해집니다.
 
향이 지독하군요.
 
어디서 많이 맡아본 향입니다.
 
신태오:(머리가 아찔해지는 지독한 향이 훅 끼치자, 반사적으로 미간을 찡그리고 이마를 짚는다.) '...뭐야. 무슨 향이 이렇게 강해?' (눈을 굴려 향의 원인을 찾는다)
 
✷ 지능 판정 ✷
 
신태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7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지독한 냄새를 뺄 때 쓰는 소독향입니다.
 
성당 어느 어귀에서 맡아본 적 있는 것 같습니다.
 
신태오:(찡그린 미간을 풀고, 냄새를 물리치듯 손을 휘휘 젓는다.) '...방금 소독했나. 그래도 냄새가 너무 심한데. 무슨 증거 인멸이라도 한 것 같잖아.' (뭐가 있나 하고 욕실 안을 두리번거린다)
 
그 외에는 욕실 안에 볼 것은 없습니다.
 
송현호:(태오를 따라 욕실을 따라 들어왔다가 강렬한 소독약 냄새에 코와 입을 틀어막고 눈을 찌푸린다)
 
신태오:(뭐 볼 것 없는 주변과, 소독약 냄새에 얼굴을 찌푸리는 현호를 보고, 바로 발길을 돌린다. 현호의 어깨를 감싸고 빙글 몸을 돌린다.) 아무래도 잘못된 타이밍에 들어왔나 보네요. 자자, 나가죠. 화단이나 구경하면서 코에 바람 좀 쐴까요?
 
송현호:(고개를 세차게 끄덕인다)
 
당신과 송현호는 화단으로 갑니다.
 
별관에 있는 작은 화단입니다.
 
신태오:(바깥으로 나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곤, 화단을 가만 바라본다.) '어디보자... 무슨 꽃들을 심어 놨나~ 어제 정원에서 본 그 꽃들인가?'
 
✷ 관찰력 판정 ✷
 
신태오:
관찰력
기준치: 54/27/10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역시나 어제 보았던 꽃이 잔뜩 피어 있습니다.
 
군데군데 어제 부케 꽃이었던 당신을 상징하는 파란 장미와, 붉은 장미도 있네요.
 
그 와중에 신방 쪽의 품이 밟혀있는 것이 보입니다.
 
저쪽으로는 아까 나오지 않았는데....?
 
신태오:'인간들 심미안이 다 뒤졌나 봐.' (대수롭잖게 쳐다보며, 꽃을 슬쩍 건드려보고) '그런데 이건 무슨 꽃이지? 말려서 차로 끓이는 것만 알고, 자세한 꽃 이름이나 다른 건 들어본 적이 없네. 나중에 누구 붙잡고 물어볼까.' (생각하다, 신방 쪽의 품이 밟혀있는 것을 보고 의아한 표정이 된다. 그 쪽으로 걸어가 살펴본다)
 
그러다 문득, 묘한 소리가 들리는 것을 느낍니다.
 
신태오:'오, 뭐지. 재미있는 사건의 시작?' (눈을 반짝이며, 기척을 숨기고 귀를 기울인다)
 
✷ 듣기 판정 ✷
 
신태오: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누군가를 부르는 듯한 말과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착각일까요?
 
신태오:호오....? (흥미로 눈을 번뜩인다. 뒤를 돌아보고 현호에게 속삭이듯 말한다.) 저기 뭔가 재미있을 것 같은데, 저 좀 가볼게요. 따라오기 싫으면 여기 있어도 돼요? (그리고 냉큼 그쪽으로 발을 옮긴다)
 
송현호:(화단의 꽃을 보고 똑같이 이상함을 느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태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응.
 
✷ 지능 판정 ✷
 
신태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득 당신 이전의 성녀, 성자도 여기 살았을 텐데, 그 흔적이 없는 것을 깨닫습니다.
 
아무리 신혼방으로 내어준 것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그것도 성녀, 성자의 흔적을 하나도 남기지 않을 수 있나요..?
 
신태오:'호오. 이거... 사건의 냄새가 나네. 거대한 음모론이 있었던 건가?' (어쩌면 자신도 위험하게 얽혀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쪽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역시나 긴장감 없이, 흥미를 좇아 소리가 들린 곳을 찾아 발을 옮긴다)
 
그러나 발을 옮기려는데, 저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리숙한 신도:태오님! 점심 시간입니다! 어디계세요?
 
어느새 해가 하늘의 중앙에 걸려있습니다.
 
신태오:'쳇.' (혀를 낼름 내밀었다, 일단 은밀히 발소리를 죽이고 걸음을 옮긴다)
 
송현호:(점심 소리에 눈을 반짝인다)
 
당신은 그 소리를 무시하고 갈 길을 그대로 갑니다만, 아까까지 들리던 흐느끼는 소리가 신도의 부름 때문인지, 들리지 않습니다.
 
신태오:...아, 까비. (쩝 입맛을 다시곤, 뒷머리를 탈탈 털곤 터벅터벅 발소리를 내며 돌아온다.)
 
당신과 현호는 방으로 돌아갑니다.
 
어리숙한 신도가 식사를 트레이에서 꺼내 테이블에 올려둡니다.
 
송현호:(테이블에 올라오는 음식들을 보며 눈을 반짝인다)
 
신태오:(테이블에 올라오는 음식을 힐끔 보았다, 어리숙한 신도 쪽을 보고) 하나 물을 게 있는데. 정원에 피어있는 꽃, 이름이 뭐야?
 
어리숙한 신도:(신도가 된 지 얼마 안됐는지 바짝 긴장한 채로 테이블에 음식을 세팅하다가, 성자의 물음에 멈칫한다) 앗, 네? 정원에 꽃..... 시계꽃이라고 하는데요...
 
신태오:(어리숙한 신도라면 구워삶기 좋을 거라 생각했다. 예상대로의 반응에 다정하게 웃으며 살살 달래듯) 흐음, 시계꽃? 그렇구나. 그런데 시계꽃이 왜 신전 안에 이렇게 많지? 에이론님과 관계가 있나? 아니면... 그래, 네가 아는 만큼 얘기해보련.
 
어리숙한 신도:아.... 저, 시계꽃에 대해선 저도 자세히는 모르는데요.... 성자님과 죄인(현호를 향해 눈을 살짝 굴렸다가)... 님께 드리는 차를 그걸로 우리는 것만.... 주교님께서 챙겨주시는 거라는 것만 압니다...
 
신태오:그래? 음, 알려줘서 고맙다. (생글 웃으며, 머릿속으로 '그럼 주교 쪽을 들쑤시러 가볼까~ 영감탱 좀 골려주고 싶은데.' 생각하고.) 오늘은 차 안 마실래. 너무 많이 마셔서 질려. (라고 나직이 말해본다)
 
어리숙한 신도:아.... 알겠습니다. (작게 끄덕인다)
 
신태오:'생각보다 순순하네.' (우려하는 방향이 아닌가? 눈을 잠시 가늘게 떴다, 빙긋 웃으며 수저를 든다. 평소만큼 적당히 먹고 수저를 내려놓는다)
 
신도는 적당히 먹는 성자와, 맞은편에서 허겁지겁 먹는 죄인을 힐끗 보곤 빈 트레이를 테이블 옆에 두고, 방을 나갑니다.
 
송현호:(우걱우걱)
 
신태오:(현호보다 늦게 수저를 들었으면서 일찍 수저를 내려놓으며, 잘 먹는 그를 구경하듯 바라본다. 눈이 마주치면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잘 먹네요.
 
송현호:(정신 없이 먹고 있다가 적당히 먹고 수저를 내려놓은 그를 보고 잠시 행동이 멈춘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꿀꺽 삼키고 음식을 보고 태오를 본다.) ..... 다 처음 먹어보는 것들이라서..... (그러곤 눈을 데굴데굴 굴린다. '혹시 예의 없다고 뭐라고 하려나..? 그래도 성자님 혼인 상댄데, 좀 격식있게 먹을 걸 그랬나..?' 생각이 훤히 보이는 얼굴로 태오를 보다가 나직이 묻는다) ..... 나랑, 같이 먹기 싫어...?
 
신태오:네? 그럴 리가. 편하게 먹어요. 전 원래 이만큼 먹어서. 음식 부족하면, 내 것도 먹을래요? (빙글빙글 웃으며, 자신의 것을 현호 쪽으로 밀어준다. 턱을 괴고 현호를 바라보다, 문득 생각 난 것처럼 말문을 연다.) ..참, 현호님. 혹시 해서 묻는 건데, 당신이 저랑 결혼하기 전에 신전 측에서 뭔가 말한 거나- 당신에게 뭘 한 게 있나요?
 
송현호:(자기 음식을 밀어주는 것을 보고 눈을 빛내며 보다가, 뒤에 이어지는 태오의 말에 잠시 놀란 듯 귀엽게 눈을 뜨고 그를 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신전 측에서 뭘 했냐는 물음에 생각하듯 눈을 위로 굴리다가 천천히 말한다) ..... 그냥, 씻겨주고, 옷 입히고, 먹을 거 주고....... 아, 이거, 목걸이. 성혼식 상대로 내정됐다고 주교가 강제로 씌웠는데.
 
신태오:....주교가요? (자연히 시선이 목걸이로 흘러간다. 그냥 평범한 목걸이 같은데... 주교가 굳이 씌운 이유가 있나?) ..그거, 풀 수 있나요? 제가 잠시 봤으면 하는데.
 
송현호:(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벗을 수가 없어. 성자님은 할 수 있을지도 몰라.
 
신태오:그럼, 잠시만 실례할게요. (자리에서 일어나 현호 쪽으로 다가온다. 코앞의 거리에서 손을 뻗어 목걸이를 푼다.)
 
어제도 봤듯이 노예에게나 씌울 법한 목걸이인데, 새것인 데다가, 에이론의 표식이 새겨져 있습니다.
 
당신은 조금의 힘도 들이지 않고 목걸이를 풀었습니다.
 
신태오:'...평범해 보이는데.' (뭔가 있는 걸까 하고 목걸이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그 외에 딱히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송현호:(목걸이가 풀려 목을 손으로 쓴다) 가축 같아서 싫다고 했는데, 억지로 채우고 말이야. 성자님은 그거 어떻게 풀었어?
 
신태오:...이상한 건 아닌 것 같네요. 단순히 장식용인가.. (라고 말하다, 현호의 말에 의아해 하며 고개를 갸웃한다) 그냥, 풀었는데요? 현호님은 안 되던가요?
 
송현호:응. 난 아무리 풀려 해도.
 
신태오:'...무슨 술수를 부려 놨나? 이런 목걸이면 힘 주고 뜯어내도 뜯길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의아하게 목걸이를 보지만, 특별한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뭔가 켕겨서, 현호 쪽을 보고) 그럼 잠시만, 이 목걸이는 제가 가지고 있어도 될까요? 오늘 밤에 돌려줄게요.
 
송현호:응. (끄덕인다)
 
신태오:고마워요. (웃으며 목걸이를 품에 챙겨 넣고, 현호를 바라본다.) 몸은 좀 어때요? 성한 데가 없던데. 일상생활하는 데 힘들거나 그러진 않아요?
 
송현호:(몸 얘기에 모든 움직임을 멈춘다. 오늘은 덜 보여주었던 경계의 빛을 다시금 띄우며, 낮게 목소리를 깐다.) ...... 뭘.... 말하는 거야?
 
신태오:(경계의 빛이 스미는 눈을 보고, 릴렉스 시키는 듯 두 손을 가볍게 들었다 놓으며, 어르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어젯밤에... 깼다가 우연히 봤거든요. 당신 몸에 난 수많은 상처 말이에요. 험한 일을 겪었을 거라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심해서 놀랐네요. 멋대로 봐서 미안해요. 하지만... 두고 보긴 그래서 멋대로 치료까지 했어요. 화났나요?
 
송현호:(상처를 봤다는 말이, 그래서 걱정한다는 말이 뭘 공포스럽게 만드는지 점점 낯빛이 어두워진다. 오늘 아침 잠깐 보였던 살기까지 보일 지경이다. 그러나 스스로 통제하며 침을 넘기는 듯 목울대가 움직이고, 들고 있던 수저를 내려놓는다) ......... 아니.
 
신태오:(달래듯 말을 건네보았지만 오히려 낯빛이 더욱 안 좋아지는 걸 보고, 역린인가 생각하며 여전히 차분하고 부드러운 톤으로 말한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궁금하지만.... 묻지 않을게요. 그러니 긴장 풀어요. 제가 당신을 해코지 할까봐 그래요? (가볍게 웃는다)
 
송현호:.......... (뭘 생각하는지 입술만 달싹이며 고개를 숙인다)
 
그때 아까 그 신도가 다시 문을 두드리고 들어옵니다.
 
어리숙한 신도:태오님. 본관으로 가셔야 할 시간입니다.
 
신태오:(현호를 달래려 더 뭐라고 말 하려다, 들어오는 신도를 본다.) '...쯧. 시간 한 번 빨리도 간다.' (미간을 살짝 구겼다 금방 표정을 풀고 현호 쪽을 보고 부드럽게 웃으며, 현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는다) 갔다올게요. 편하게 쉬고 있어요.
 
어리숙한 신도:
 
송현호:(그의 손길에 크게 흠칫 하다가, 끝내 태오를 보지 않는다)
 
당신은 그렇게 현호를 남겨둔 채로 에이론교의 본 건물로 향합니다.
 
당신은 어리숙한 신도의 안내에 따라 별관에서 본관으로 이동합니다.
 
(To GM):
행운
기준치: 65/32/13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성혼식을 올린 이후라 많이 줄어들긴했으나, 당신이 성자로서 에이론에서 해야할 일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주교님께 축성 기도를 받으며 면담을 해야하고,
 
그 이후엔 성자로서 축복을 내리는 것.
 
먼저 주교님께 가보도록 할까요?
 
.
 
당신은 주교님께 들릅니다.
 
주교님은 당신의 기억의 시작이었던 이로 당신에겐 부모나 다름 없는 분이기도 합니다.
 
절차에 따른 축성기도를 마치고, 당신은 주교님과 마주 앉습니다.
 
주교님께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건네주십니다.
 
주교님:방금 막 우려낸 거란다. 따뜻할 때 마시렴.
 
신태오:(나른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띄운 채로, 차를 마시진 않고 손에 든 찻잔을 빙글 돌린다) 영감님. 궁금한 게 있는데.
 
주교님:(차를 홀짝 마시곤 온화한 미소를 띄우며) 응? 뭐가 말이니.
 
신태오:(찻잔을 내려놓으며) 성자와 성녀는, 결혼하고 나면 어떻게 되나요?
 
주교님:음? 어떻게 되냐니?
 
신태오:(찻잔의 찻물을 지그시 바라보다, 눈을 들어 주교와 눈을 마주치곤, 예쁘게 눈웃음을 지어보인다.) 서재를 들렀는데. 에이론님의 교리를 적은 성경 중에... 그 분의 품에 안긴 자식들은 진실한 성자와 성녀가 된 것이니, 그만큼 거룩하고 신성한 분들인데. 이상하게 성혼식 이후 그분들의 흔적을 기록한 책이 없더라고요. 별관에도, 저 이전의 성자와 성녀님이 살았던 흔적이 전혀 없고요. 그분들은, 그곳에서 살다 죽은 건가요?
 
주교님:(사람 좋은 미소를 띄운 채) 허허허, 성녀와 성자는 신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말했지 않니. 분명 거룩하신 에이론님께서 그들을 굽어살피고 계실 게다.
 
신태오:(웃는 얼굴로, 단호하게) 아니, 그런 답 말고. (높임말 집어던지고 반말로-근데 아마 원래 이랬을 것 같다-) 살다 죽었냐고. 사고로 죽었냐고. 무덤은 왜 없어? 그 사람들, 진짜 별관에서 살았던 건 맞아?
 
주교님:흐음.... 이미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왔다 가신 분들이니, 그 흔적이 없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 성녀, 성자들의 고귀한 영혼을 이곳에 묶어두기엔 이곳이 너무나 작다 생각해서, 그들의 무덤이나 흔적은 남기지 않았다. 모든 것은 다 에이론님께서 살필 것이니.....
 
신태오:아, 그러니까 묘비 세워주긴 아깝고 어차피 죽은 사람 볼 일도 없겠다 흔적은 싹 치웠다? 이거죠? (불경할 수 있지만 빙글빙글 웃는 얼굴로 말을 뱉곤) 하나 더. 내 성혼자한테 씌운 목걸이, 뭐야?
 
주교님:(내 성혼자란 말에 흐뭇하게 웃으며) 그건 성자의 성혼자라는 표식이란다.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신성국에서 그에게 특별히 주는 신분인 셈이지.
(그러다 흐뭇한 미소를 띄운 채 다 들리게 중얼거린다) 허허허. 우리 성자님을 뵌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성혼식을 올리고..... 실감이 안 나는구나.
 
신태오:듣자하니 목걸이를 억지로 씌웠다던데. 싫다고 하면 굳이 안 해도 되잖아? 어차피 이 안에서 그 사람 정체를 모를 사람은 없고. 나랑 같이 다닐 텐데. (웃는 주교의 얼굴에 얼굴을 와그작 일그러뜨리며) 기분 나쁘니까 그렇게 웃지 마. 내 성혼식 때부터 실실 쪼개, ... 웃고 있더라? (나름 예의를 갖춰 수위 조절)
아, 아무튼. 목걸이에 무슨 짓 해 놨어? 내가 풀면 풀리던데, 현호님 말로는 자기 힘으로 안 된다잖아.
 
주교님:(여전히 허허실실 웃는 얼굴로) 그것 또한 에이론 님의 뜻 아니겠느냐. 그런데 벌써부터 성혼자를 그렇게 생각하는 거냐? 이거, 생각보다 섭섭하구나. 그 어리던 성자님이 언제 이렇게.... (현실 할배st.)
 
신태오:아이씨, 이 영감탱이 노망났나 진짜. (얼굴을 찌푸리고, 삐딱한 자세로 다리를 꼬고 앉아 발을 한 번 탁 구르며) 뭔 짓 한 게 아니면 목걸이가 내 손에만 풀리는 게 이상하잖아. 그리고, 그 사람 치장해줄 때 담당 사제들이 상처투성이인 거 못 봤대? 단체로 눈 삔 거 아냐? 에이론님이 성자의 결혼상대의 몸에 꼭 날 것 그대로 상처가 있는 채로 성혼식을 치러야 한다고 말이라도 하셨나? (비꼬우듯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주교님:(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음? 그 아이에게 물어보지 않았느냐. 그 상처들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왜 여러 사람들을 죽이게 되었는지.
 
신태오:...... (그 말에 잠시 할 말이 없어져서 입을 다물고 혀를 입안에서 굴린다. 눈을 가늘게 뜨고) 상처나 예전 얘기만 나와도 날을 세우는데 어떻게 물어봐. 그래도 말은 해봤거든. 근데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 영감님은 아는가 보네. 왜 죽였대?
 
주교님:(잠시 생각하는 듯 뜸을 들이다가 차를 홀짝이곤 입을 조심스레 연다) 그 아인 다른 사람의 손이 닿는 걸 굉장히 싫어해. 어제 네 성혼식 날 그를 치장시킬 때, 옷 입는 걸 도와주려던 신도들 손이 털끝하나 건들이기만 해도 경기를 일으키며 살기를 뿜어댔단다. 어찌나 날짐승 같던지. 그래서 온몸에 그리 성한 곳이 없는데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도 못했던 거란다. 그 이유를 그 아이가 직접 성자인 네게 말하고, 마음속의 죄와 상처를 털어버릴 줄 알았건만.....
 
신태오:'....못 건든 거였군. 담당자들 불러서 혼낼까 했는데, 그럴 필요까진 없겠네.' (쯧 소리죽여 혀를 차곤, 삐딱한 태도는 조금 누그러져서 주교님을 그대로 쳐다본다)
 
주교님:내가 알기로, 그 아이는 전 주인에게 팔린 뒤로 수시로 성고문을 당했단다. 매질에, 강간에, 어느 날은 전 주인이 고용한 기사들의 사기 충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 기사들에게도 당했다고 들었고. 그래도 어찌저찌 잘 이겨내는 줄 알았는데, 같은 노예들 사이에서 질 나쁜 소문이 돈 모양이야. 그가 창부가 되고 싶은 거라고 하거나, 몸을 팔아 거액의 돈을 벌려고 한다거나.
 
신태오:(얼굴을 싸하게 굳히며, 한쪽 눈을 찡그린다) ...하, 미친.
 
주교님:(한숨을 푹 내쉬곤) 여튼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마음을 놓을 곳이 없어진 게지. 결국엔 전 주인과 기사들을 죽이고, 여기까지 도망쳐 나온 거다.
그렇게 몸과 마음에 상처가 있는 죄인을 사랑하는 것조차 우리 에이론 교의 교리, 아니겠느냐.
 
신태오:....어쩐지, 마음을 쉽게 안 열더라. (들릴 듯 말듯하게 중얼거리고, 기승전교리로 흘러가는 주교의 말에 신물난 얼굴로 손을 휘휘 젓는다) 아, 아. 알겠으니까 그건 됐고.
(이제 마지막 용건만 묻고 가야지 생각하며, 손으로 찻잔을 쥐고 살짝 들었다 놓고) 이 차, 이거 우리는 꽃 말이에요. 시계꽃이라던데. 이 꽃, 에이론 교랑 무슨 관련이 있어요? 신방 침대나 화단이나, 온 데 이 꽃 향이 풍기던데.
 
주교님:흐음..... 이건 너도 알다시피 우리 에이론교의 성자, 성녀를 상징하는 꽃이지 않느냐. 그 또한 에이론 님의 뜻이고....
태오, 너는 별관 생활은 좀 어떠냐. 부족한 게 있으면 뭐든 말해 보아라.
 
신태오:근데 굳이 온 사방에 장식해둘 이유가 있냐고. 노이로제 걸리겠어. (눈을 가늘게 뜨고 흘겨보다가, 별관 생활이란 말에 눈을 굴려 지난 밤과 아침을 떠올려 본다)
 
주교님:(태오의 말에 온화하게 웃으며) 허허허. 우리 성자님께서 그 꽃이 그렇게도 지겨운가 보구나. 그럴만도 하지. 일단 화단에 있는 꽃들은 빠른 시일 내로 다양하게 가꾸라 일러둘 것이니 걱정말거라. 그것 말고 또 필요한 것은 없느냐?
 
신태오:....불만 사항이 너무 많아서 뭐부터 태끌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는데. (눈을 바로 하고 주교를 쳐다보며) 그래요, 일단 그 화단. 샌님들이라 심미안이 삔 건 알겠는데 꽃들 배치 좀 다양하게 하라 해. 그리고, 서재에 재미있는 책 좀 넣어 놓아줘요. 어떻게 된 게 죄다 성경이야. 아는 얘기 뿐이니까 지겹다고요.
 
주교님:(정말 모르는 것처럼) 재미있는 책이라면, 어떤 책 말이냐? 성경 만큼 재미있는 것이 어디있다고?
 
신태오:(투덜거리듯 얘기하다, 주교의 질문에 문득 생각 난 것처럼 눈이 짓궂게 웃으며) 뭐, 이제 배우자도 생겼겠다 저한테 필요한 책 있잖아요. 남녀 간의 정사를 다뤘다거나, 아, 제 배우자는 남자니까... 동성 간의 연애를 다룬 패설? (눈 찡긋)
 
주교님:(태오의 말에 일순간 멈췄다가 큰소리로 호탕하게 웃는다) 하하하하하! 우리 성자님께서 그 성혼자에게 아주 푹 빠지셨나보구나! 알겠다, 관련된 서적들은 다 가져다주마. 물론 태오, 네게만 특별히 주는 것이야. (엄한 척) 다른 이들에겐 비밀로 해야해.
 
신태오:(어, 이 반응을 바란 건 아니었는데. 아쉬운 듯 눈이 죽었다, 그래도 원하는 걸 얻은 건 맞으니 시원섭섭(?)하게 혀를 찬다) 네에네에. 그럼, 이만 가볼게요.
 
주교님:(태오 말에 시계를 보더니) 어이쿠, 내가 우리 성자님을 너무 오래 붙잡아뒀나 보구나. 성자님을 필요로 하는 곳에 보내드리는 것이 또 주교의 의무지.
 
주교는 얼굴을 가다듬고, 손수 당신을 위해 문을 열어줍니다.
 
당신이 나가려는 찰나, 주교가 너무나도 다정한 어투로 속삭입니다.
 
주교님:태오야, 그 아이와의 사이에서 뭔가 힘들거나 하면 언제든지 나를 찾아오거라.
특히 사랑하는 게 안되겠다면 더더욱 말이다.
 
신태오:(주교를 반사적으로 바라보고, 이내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이제 다 컸으니까 알아서 할게요. 뭐, 정 안 되면 와 보고.
 
이제까지 그는 당신에게 성자로서 성혼자를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쳤던 만큼, 당신과 현호 사이 관계에 관심이 아주 많은 것 같습니다.
 
.
 
당신은 주교님과 헤어지고, 신도를 따라 축복을 바라는 이들에게로 안내됩니다.
 
성자인 당신의 축복 절차는 간단합니다.
 
에이론 교에서 준비한 성수를 손끝에 묻혀 그들의 머리 위에 떨구는 것.
 
그것만으로도 축복을 기다렸던 이들은 기쁜 양으로 당신에게 감사를 올립니다.
 
성혼식 이후라 교단이 신경을 써준 것인지 평소보다 그 수는 적습니다.
 
신태오:'어서 끝내고 쉬러 가야지.' (늘 해왔던 일인 만큼, 그것도 아주 별 것 아닌 일이기에 순순히 축복을 해준다)
 
축복을 받으러 온 이들을 살피거나 오가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신태오:(의복을 정제하고, 주교 앞에서 보였던 망나니 아들(?)같은 태도는 싹 바꿔- 고귀하고 신성하고 정갈한 성자의 폼으로 손끝에 성수를 묻혀 각자의 머리에 떨어뜨린다. 그린듯 미소를 짓고 있는 시선이 축복을 받으러 온 이들에게 향한다)
 
✷ 관찰력 판정 ✷
 
신태오:
관찰력
기준치: 54/27/10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강행)
 
✷ 관찰력 판정 ✷
 
신태오:
관찰력
기준치: 54/27/10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에게 축복을 받으러 모인 이들입니다. 그들의 눈은 당신을 신이라도 보는 듯 선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당신은 성자일 뿐인데도요.
 
만약, 현호가 죄를 짓지 않았다면 그도 이 행렬에 있었을까요. 당신이 축복을 내려서, 그런 죄를 짓지 않았을까요.
 
✷ 듣기 판정 ✷
 
신태오: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강행)
 
✷ 듣기 강행 판정 ✷
 
신태오: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경건해야할 자리임에도 소곤거림이 들립니다.
 
"이번 성자님이 진정한.... 축복 언제쯤 ....까?"
 
"성자님이 죄인을 ....하셔야지."
 
당신은 의문스럽습니다.
 
진정한 축복... 이라니.
 
지금 당신이 하는 행위는 축복이 아닌가요?
 
신태오:'남의 연애사에 관심도 많다. 아니, 따지고 보면 연애사도 아니잖아.' (속으로는 구시렁거리면서, 겉으로는 내색 없이 그저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빤히 쳐다본다)
 
그러는 걸 아는지모르는지
 
사람들은 이러저러한 말을 소곤거리며 당신에게서 멀어집니다.
 
.
 
어느덧 저녁 때가 되고, 당신은 일과를 마칩니다.
 
이만 별관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습니다.
 
현호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태오, 지금 당신은 현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신태오:아, 이것도 피곤하네. (어깨를 주무르면서, 저벅저벅 별관으로 걸어간다) '그 사람은 잘 있으려나 모르겠네. 그래도 옆에 사람도 없으니 잘 쉬었겠지.'
(에이론의 교리에는 이래저래 딴지 걸고 싶은 점이 많지만, 그래도 어려서부터 들은 것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현호의 딱한 사정에 연민을 느껴서 인지, 현호를 배우자라고 받아들이는 것엔 조금의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자신은 그를 사랑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의무보다, 그 사람 자체에 마음을 쓰고 싶은 기분이다. 딱히 밉지도 무섭지도 않고, 오히려 불쌍하고 가련하니. 성자로서 보듬어주어야 한다면 응당 그를 보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시 그가 자신을 거부한다면, 노력해보는 거고. 그래도 안 된다면, 아쉽지만 그래도 최선은 다해야겠지.)
 
✷ 정신력 판정 ✷
 
신태오:
정신
기준치: 80/40/16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새삼스레 그를 만나는 것에 대해 조급해집니다. 그가 외롭지 않았을까 라는 걱정도 드는군요.
 
별관에 다다르자, 입구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현호가 보입니다.
 
신태오:(저도 모르게 조금 잰걸음으로 걸어오다, 별관 입구에 서 있는 몰라볼 수 없는 모습에 금세 얼굴에 말끔한 미소가 떠오른다. 달리는 듯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여기서 나 기다린 거에요? 감동이네요.
 
✷ 관찰력 판정 ✷
 
신태오:
관찰력
기준치: 54/27/10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강행)
 
✷ 관찰력 강행 판정 ✷
 
신태오:
관찰력
기준치: 54/27/10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다가오는 당신을 보고, 현호는 바닥을 툭툭 차고 돌아서 별관 안으로 들어갑니다.
 
송현호:... 저녁은 따로 먹을 줄 알았는데, 왔네.
 
신태오:(현호를 뒤따라 들어가며, 서글서글한 얼굴로) 따로 먹고 싶었어요? 원하면 앞으론 따로 내오라고 할게요. 그보다 오래 기다렸어요?
 
현호는 당신을 빤히 볼 뿐, 먼저 손을 내밀거나 하지 않습니다.
 
성혼식을 올렸다 해도 두 사람이 제대로 만난 것은 이제 겨우 하루입니다.
 
당신조차 그에게 다가가기에, 조심스럽지 않나요?
 
송현호:(구시렁) 고귀한 성자님께서 나 같은 거하고 겸상하기 싫으면 내 쪽에서 걸러주고.
 
신태오:'뭐, 이런 건 시간이 약이지.'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 현호의 손을, 냉큼 낚아채 붙잡는다. 그리고 맞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며, 현호의 말에 당치 않다는 듯 가까이 얼굴을 기울여) 무슨 말이에요, 난 당신이랑 같이 먹는 게 기쁜데.
 
송현호:(갑작스런 태오의 행동에 깜짝 놀라 즉각적으로 손을 빼려는데, 아까 태오를 상처 입힌 게 떠올랐는지 뿌리치지 못한다) ...! 그게, 그건.....
 
신태오:(그러다 문득 무슨 생각을 한 듯 현호의 옆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귀 뒤로 넘겨주며) ...아, 그치만. 오늘처럼 늦으면 배고플 텐데. 먼저 먹고 있는 게 좋겠네요. 나 기다린다고 굳이 배고픈데 안 먹고 참고 있을 필요 없어요. 집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자고, 편하게 있어요. 중요한 건 당신 자신이니까. (생긋)
 
현호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눈을 크게 뜨고 당신을 쳐다보다가, 입술을 꽉 깨물고는 당신의 손을 뿌리칩니다.
 
그러곤 서둘러 어디론가로 뛰어갑니다.
 
울상을 짓고 있었던 것 같은데....
 
쫓아갈까요? 아니면 혼자 있을 시간을 주어야 할까요?
 
신태오:.....어라. 과했나? (눈을 깜빡인다. 또 뭘 잘못했나.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신전도 처음인 사람이 밤에 길을 잃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 뒤쫓아간다) 현호님, 잠시만요!
 
당신은 서둘러 현호를 뒤따라 갑니다.
 
───────ㅤHIDDEN CHAPTER 3ㅤ───────참회를 바라지 않는 죄인
 
현호가 별관을 빠져나가지 않았다면, 식사가 차려지는 신방을 제외하고 두 방 중 하나에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첫번째 방인 서재 혹은 두번째 방인 욕실이겠죠.
 
신태오:'...본관이 아니라 다행이지. 별관은 규모가 작아서 금방 찾겠네.' (먼저 서재로 향한다)
 
당신은 곧바로 첫번째 방인 서재에서 인기척을 느낍니다.
 
무어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신태오:'오, 럭키.' (감으로 때려맞췄는데 다행이다 생각하고, 발소리를 죽여 들어오며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송현호:성자한테 사랑받는다고 다 사해주진 않을 거잖아! 사실 다 날 경멸하고 있으면서! 성혼식은 다 연극이면서!
 
현호의 분노가 담긴 외침입니다.
 
신태오:.....? (고개를 갸웃거리며, 일단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듣는다)
 
같이 들리는 둔탁한 소리를 보아하니 분에 못 이겨 벽을 치기까지도 하는 모양입니다.
 
연극, 연극이라.
 
✷ 정신력 판정 ✷
 
신태오:
정신
기준치: 80/40/16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물론 당신도 원해서 한 성혼식은 아니었습니다.
 
아직 현호를 사랑한다고 할 수도 없고요.
 
하지만 아직 의무에게서 도망가진 않았는데...
 
태오, 현호를 저대로 두고, 마저 가서 식사를 하나요? 아니면 말을 걸어보나요?
 
신태오:'남한테 무슨 쓸데없는 말이라도 들은 거 아냐? 아니면, 그냥 하도 심한 일을 겪어서 그런 건가. 그러고 보니 성자의 배우자가 되면 죄를 사해주는 거냐고 물어보진 않았었네. 당연히 사해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며 턱을 짚고 생각해보다, 상태가 불안정해 보이는 현호를 두고 식사 생각은 진작에 달아났기에, 어떻게 말을 걸지 고민한다. 또 놀래키거나 도망치게 하고 싶진 않은데.)
(잠시 고민해보다, 사람 관계로 이런 고민을 많이 해보지 않은 성자님은-심리학 10-혀를 내두르고 그냥 정면돌파를 택한다.) (문에 대고 똑똑 노크소리를 낸 뒤, 현호 쪽으로 걸어간다. 나긋하고 태연한 목소리로) 누가 감히, 내 배우자인 당신을 경멸해요?
 
(To GM):
정신력
기준치: 65/32/13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벽을 세게 치며 씩씩대던 현호는 살기를 내뿜으며 당신을 날카롭게 돌아봅니다.
 
신태오:(무시무시한 살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처럼, 흠없이 매끄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현호님. 배고프잖아요, 돌아가요. 밥 먹어야죠.
 
송현호:(비소하며)...하! 너도 똑같아. 어차피 의무 때문에 성혼한 거니까, 내가 뭘 하든 상관없잖아?! 내버려 둬.
애초에 웃긴 종교지, 성자와 죄인의 성혼이라니 미쳤잖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다 연극이지! (그러고 태오를 쏘아보며) 니 사랑은 기대 하지도 않았어. 어차피 너도 기만할 거면 다 그만두라고!
 
신태오:(예상보다 격한 반응에 조금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내 생글거리고 웃는다.) 상관이 없긴 왜 없어요. 제 의무가 당신을 사랑하는 건데. 사랑하는 사람이 식사를 거르고 이렇게 있는데 어떻게 내버려 둬요?
당신을 기만할 생각 같은 건 없으니, 진정하고 오세요. 저한테 욕을 하든 때리든 상관없으니까요. 제가 다 받아주겠다고 했잖아요.
 
송현호:(기가 찬다는 듯 비웃으며) 의무.... 감정이 의무로 움직여? 너도 사실 아닌 척 하지만, 날 죄인으로 생각하잖아. 날 더럽다고 생각하잖아! 그러면서 성자랍시고 착한 척, 고상한 척 다 하고. 위선 떨지말라고!
 
신태오:(눈을 깜빡인다. 그러나 한치의 망설임 없이 방긋 웃는다. 태어나서 한 번도 사람을 계급으로 나누거나 그에 따라 더럽다 혹은 천하다 같은, 판단은 해보지 않았으므로. 흔들림없는 눈으로 현호를 쳐다보며) 아뇨, 더럽다고 생각 안 해요. 더러운 건, 신분을 이유로 당신을 끔찍하게 괴롭힌 그 인간들이겠죠. 제가 당신을 경멸하거나 미워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어요. 당신이야말로, 절 당신을 괴롭힌 부류와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피식 웃으며) 전 말했다시피 성자랍니다. 당신이 가진 신분, 죄, 행동, 말 어느 것도 나에게 흠을 입힐 순 없어요. 제가 보는 당신은 다른 사람과 하등 다르지 않답니다. 그러니 사랑하지 못할 이유도 없죠. 당신도 성자의 사랑이 필요한 수많은 사람 중 한 명, 일 뿐이니까요.
 
송현호:(씩씩대며 저도 모르게 흐른 눈물을 벅벅 닦고 태오의 말을 듣고 있다가, 울음을 참는 건지 입술을 세게 문다. 그러곤 태오의 말이 끝나자 고개를 떨군 채 붉은 눈을 빛내며 낮게 으르렁 거린다) ......... 나가.
 
신태오:(부드러운, 그러나 조금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밥, 안 먹을 거에요? 같이 먹으려고 기다린 줄 알았는데. 제 착각이었나요?
 
송현호:(다시 한번 입술을 세게 물고, 낮게 경고한다) .... 나가라고. 죽여버리기 전에.
 
신태오:(잠시 침묵했다, 순순히 물러난다) ... 그래요, 혼자 있고 싶을 수도 있는데, 내 생각이 모자랐네요. 식사, 안 치우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생각 바뀌면 언제든 와요. ('너 안 먹으면 나도 안 먹겠다'는 뜻이 내포된 말)
 
 
서재에 현호를 두고, 당신은 신방으로 돌아옵니다.
 
그가 아무것도 먹지 않은 만큼 당신도 먹지 않고, 똑바로 앉아 그가 오길 기다립니다.
 
당신이 준다는 사랑이, 그에게는 원치 않는 것이었을까요? 그게 아니면 그 사랑의 의미가 다른 것일까요.
 
신태오:(식은 음식 위로 덮개를 놓아두곤, 의자에 앉아 가만히 시간을 보낸다) '...어떻게 달래야 할까.... 이것도 시간이 약인가. 아니면, ... 일단 지극정성으로 대해야 하나. 그가 원하는 대로 모습도 보이지 말고 꺼져주는 게 좋을까?'
 
당신의 사랑을 받아내기에 현호는 날카로움만이 가득합니다.
 
이전의 성녀, 성자들은 어떻게 사랑해낸 걸까요.
 
그렇게 밤이 지납니다.
 
.
 
───────ㅤCHAPTER 3ㅤ───────셋째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주위를 살피자, 곁에 없을 거라 생각했던 현호가 뜻밖에도 같은 신방에서 잠들어있습니다.
 
그것도 같은 침대에서요.
 
아무래도 당신이 잠든 새벽에 들어와, 당신을 침대에 옮기고 함께 잠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목걸이를 한 채입니다.
 
분명히 어제 당신이 빼놓았는데도요.
 
같이 있는 것조차 꺼렸던 어젯밤을 생각하면 의외군요.
 
당신의 기척을 느꼈는지 현호도 곧 잠에서 깹니다.
 
신태오:....음? (의자에 앉아있다, 침대로 간 기억이 없는데. 왜 여기 같이 누워 있지? 의문을 느꼈다, 다시 목걸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쪽으로 또 의문이 든다.) '...언제 또 가져갔대. 품 속에 있어서 찾으려면 옷을 뒤져야 했을 텐데. 이 목걸이가 그렇게 중요한가?'
 
(To GM):
정신력
기준치: 65/32/13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신태오:(생각하다, 잠이 깬 현호와 눈이 마주친다. 생긋 웃는다) 아, 미안해요. 나 때문에 깼어요?
 
송현호:(옆에서 일어나는 기척에 눈을 찌푸렸다가 눈을 뜬다) 으음...... (태오와 눈이 마주치자 잠이 확 깬 듯 눈을 크게 떴다가, 얼떨결에 대답한다) .....응.
 
신태오:하하, 조금 더 자도 괜찮아요.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러나 어제의 격한 반응을 떠올리고 금방 손을 떼며, 몸을 일으킨다) 어제... 늦어서 저녁은 못 먹었죠? 죄다 식어서 먹어도 맛이 없었을 텐데. 오늘 아침은 먹어요. 불편하면 난 따로 먹을 테니까.
 
송현호:(입술을 달싹이다가) .... 아니. 같, 이 먹어.
 
신태오:(그 말에 단박에 표정이 밝아진다. 아침 이슬을 머금은 화초처럼 싱그러운 미소가 빛을 발한다.) 와, 정말요? 먹다가 얹히는 거 아니죠?
 
송현호:(조용히 고개만 끄덕인다)
 
신태오:'어제 그러는 거 보니 진심이어 보여서, 꽤 오래 반목할 줄 알았는데. 금방 풀렸네. 안 그래도 난감했는데 다행이다.' (밝게 웃으며, 간단히 세안한 후 단장을 마치고 식탁에 앉는다)
 
딱 시간 맞춰 두 사람 몫의 식사가 들어옵니다.
 
신도는 평소처럼 식사만 차려주고 바로 나갑니다.
 
신태오:(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어제 아침과 같은 태도로-그러나 아주 조금 조심스러운-식사를 권한다) 자, 들어요. 맛있어 보이네요. (현호가 수저를 드는 걸 보고 이어 수저를 든다)
 
송현호:응... (안그래도 배가 고팠는지 음식을 보는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데, 웬일인지 태오가 먹는 것을 보고 따라 먹는다)
 
신태오:'흐음?' (허겁지겁 먹기 바빴던 그가 자신이 먹는 것을 보고 따라 먹는 것을 발견하고, 의아한 눈을 한다. 고개를 갸웃했다, 어느 정도 먹었을 때쯤 수저를 내려놓고) 현호님.
 
송현호:(수저를 드는 것부터, 먹는 순서, 먹는 방식, 내려놓는 것까지 열심히 태오를 따라하다가, 수저를 내려놓고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어?
 
신태오:'편하게 먹어도 되는데... 왜 갑자기 변했지?' (의문을 속으로 떠올리며, 그러나 겉으로는 내색 않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로) 제가 당신을 경멸한다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송현호:....... (수저를 따라 내려놓고는, 고개를 떨구고 눈알을 굴린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금의 정적이 흐른 뒤 살짝 투덜거리는 투로 입을 연다) ...... 사람 마음은 모르는 거니까...... 내게 호감이 있다고 생각하다가 나중에, 날 배신할 수도 있잖아.
 
신태오:음, 그렇죠. 맞는 말이네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곤, 눈을 마주치고 빙긋 웃는다.) 하지만 그래서 잘 된 일 아니에요? 우리가 좋아하는 마음을 가져서 결혼한 게 아니라, 희한한 풍습이 있어서 결혼하게 된 거잖아요? 심지어 사랑해야 한다는 의무는 당신이 아니라 내게만 있는 거죠. 마음이 변하든 어쨌든 의무는 이행해야 하니 배신할 일은 없는 것, .... 아닌가요? (생글)
 
송현호:(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무표정한 얼굴로 태오를 가만히 쳐다본다. 그러곤 혼잣말처럼 말한다.) ...... 의무는 일이지. 성자님한테 나는 사랑해야하는 일 처리의 대상인거고. 그럼 일이 끝나면, 끝나는 그런 사이라는 거야?
일이 끝나면, 날 버리겠네. 노예는 물건이니까.
 
신태오:(고개를 저으며 약하게 웃는다. 달래려고 한 말인데, 어제부터 도통 엇나가기만 하니. 속이 썩 좋진 않다. 그러나 상처받았다고 털어놓을 생각도 없기에 내색 않고) 보통의 일이라면 그렇겠지만. 결혼은 영혼의 맹세니까. 평생토록, 그리고 죽고 난 후까지 이행해야 하겠죠. 그리고 원래 사랑은 결혼의 필요조건이랍니다? (뒷말은 장난스럽게 덧붙인다)
그러니까 모쪼록, 당신은 버림받을까 하는 그런 걱정 말고. 이곳에서 어떻게 하면 편하게 지낼 수 있을지, 그것만 궁리하세요. 당신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것은, 내 몫이니까. (두 눈을 휘어 예쁘게 웃어보인다)
 
송현호:(태오의 말을 어떻게 들었는지, 무표정을 유지한 채 태오를 쳐다보다가) ... 어제 신도가 나를 여기 오라고 했어.
어젯밤에 서재에 있었는데, 너랑 같이 있으라고 강요했어. 이 목걸이도, 그때 채운 거고.
 
신태오:'제 발로 온 건 아니었구나.'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졌던 마음에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들며, 스스로를 비웃듯 살짝 쓰게 웃었다, 냉큼 표정을 바꾸어 현호의 이야기를 듣는다. '*강요'라는 말에 표정을 일그러뜨린다) ...억지로, 그러던가요?
 
송현호:응, 억지로. 신도가 직접 보인 건 아니었는데, 귓가에 말이 들렸어. 뭐에 홀린 것처럼.
어제 니가 일하러 간 뒤에, 많은 걸 알아냈어. 니가 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신태오:.... (표정이 싸하게 가라앉는다. 그러다 '많은 걸 알아냈'다는 말에 표정을 관리하고 의식적으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예. 뭘 알아냈는데요?
 
송현호:(한숨을 작게 내쉰 뒤 사무적으로 말한다) 욕실에서 소독약 냄새가 심하게 나던데, 뭘 지운 것 같았어. 어디선가에서 울음소리가 자꾸 들렸고. 그래서 그 소리를 따라 가거나, 별관을 벗어나려고 할 때마다 신도들이 나타나서 제지했어. 다들 나를 감시하는 것 같던데. 서재에 갔더니 책장 뒤에 회의감을 느끼는 낙서가 있고.....
 
신태오:(같이 돌아다니며 이쪽도 의문을 느꼈던 부분이다. 잠자코 고개를 끄덕인다. 책장 뒤에 회의감을 느끼는 낙서는, 현호가 보고 괜찮았나 하는 걱정이 들어 잠시 안색을 살핀다.)
 
송현호:(잠시 말을 멈췄다가) ... 아무리 기다려도 너는 오지 않고, 지나가는 신도들이 그랬어. 성자님이 나 따위를 진심으로 사랑할 리 없다고. 그저 주어진 임무가, 니 착한 성심으로 나를 불쌍히 여겨 그럴 뿐이라고. 너는 성자랍시고 신 얘기를 늘어놓는 것도 그렇고, 사랑해야한다는 의무라는 것도 그렇고, 나에 대해서도 자세히 묻지 않았잖아. 나를 사랑하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런 사소한 것부터 알아가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서 어제 그랬던 거야. 니가 신도들하고 짜고 나를, 그냥 물건 취급하는 거 같아서. 나를.... 사랑하지 않잖아.
 
신태오:'아, 씨발.' (지나가는 신도들이 쏘삭거렸(...)다는 얘기에 순간 진심으로 빡이 쳐서 뒷목을 잡는데, 우선 앞 사람의 오해를 풀어야 하므로 한 손을 내밀어 숨을 들이쉬며 진정한다. 침착하게) ...그랬군요. 우선, 남들이 하는 소리는 그들 좋을 대로 떠드는 말이니 신경쓰지 마세요. 그리고 어제 신 얘기를 했던 것은, 내 신분이 신분이니 그렇게 얘기를 하는 게 당신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랬던 거였어요. 그리고 자세히 묻지 않았던 건, ... (한숨을 쉬고, 가볍게 웃음을 흘린다.) ...상처 얘기만 나와도 덜덜 떠는 사람에게, 무엇을 자세히 물어요. 당신에 대한 건 차차, 당신이 마음을 열면 말해줄 거라고 생각했죠. 지금도 봐요, 내가 묻지 않았는데도- (눈을 똑바로 마주치고, 두 눈을 접어 웃는다. 웃는 모양은 똑같지만, 그래도 이만큼 가까워졌다는 기쁨이 자연히 녹아든-진심어린 미소다) ...이렇게 얘기해줬잖아요? 당신 생각을 이만큼 털어준 것만 해도, 난 기뻐요.
 
송현호:...... (태오의 말을 듣고 가만히 눈을 깜빡이다가 말한다) 미안해. 내가......... 니가 이미 다 알고 나를 농락하는 줄 알았어.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왜 살인을 했는지도. 그런데 지금보니까, 그건 아닌 모양이네.
 
신태오:(사과를 듣고 미소짓는 얼굴이 환해진다. 어젯밤 일로 상처가 남아있던 마음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 아아, 아니에요. 얘길 들어보니까 그런 오해를 충분히 할 만 했던 거 같던데. 신뢰를 못 준 제 책임이죠. 말했잖아요? 원하는 거든 싫은 거든 다 받아줄 테니, 마음껏 미워하라고요. (웃음을 흘린다. 그러다 흠, 하고 턱을 쓸며) ...실은, 이미 들었어요. 미안해요, 이런 건 본인에게 듣는 게 아니면 실례인 걸 아는데. 배경은 아는 게 필요할 것 같아서. 주교님께 물어봐서 들었어요.
(심기를 살피듯 조심스럽게 눈을 마주치고, 입가에는 여전히 따스한 미소를 띄운 채) ...고생했겠던데요. 그런 끔찍한 일을 겪었으니 날 못 믿는 것도 당연하죠. 모든 게 의심스럽고, 원망스럽고, 또 배신당할까 두렵고. ... 그래도 다행이에요, 당신과 결혼한 게 나라서. 비꼬려는 건 아닌데, 당신은 누구보다 내가 사랑해야 마땅할 사람 같거든요. (배시시 웃는다)
 
송현호:(따스한 태오의 말에 피식 웃으며, 낮게 중얼거린다) 진짜 성자님 맞네. (크게 숨을 들이쉬고 태오를 보고 말한다) 어디까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거, 대강 정리해서 얘기해줄게. 낙장불입이야. 거부 안돼. 다 듣고 도망가는 것도 이제 안돼. (장난스레 태오에게 단호한 투로 말한다)
 
신태오:응? 이제 알았어요? 나 성자인 거. (그 말 아닌 거 알면서 비식 웃고는, 자세를 바로 고쳐 앉는다) 네, 다 들어줄 테니 편한 대로 얘기해요.
 
송현호:..... 엊그제 얘기했던 것처럼 그냥저냥 살고 있었는데, 주인이 돈 없다고 나를 경매에 팔았어. 경매 기준을 잘 모르겠는데, 내가 꽤나 특상품이었나봐. 내가 봐도 어마어마한 값에 팔렸는데, 날 산 사람이.... 전 주인이었어. 내가 죽인 그 개새끼.
처음엔 나한테 엄청 잘해주더라. 노예 평생 한번도 못 먹었던 거 먹여주고, 근사한 옷도 입혀주고, 지금보다 허름하지만 괜찮은 독방도 쓰게 해주고. 그러다가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내 방으로 왔어. 나만이 해줄 수 있는 게 있다고. 그게.......
 
신태오:(뒤에 벌어진 일을 알기에,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는다. 그러나 잠시 눈을 감았다 뜨고, 도리어 괜찮다고 말하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송현호:(주먹을 꽉 쥐고 부들거리며 숨을 깊이 내쉰 뒤 말을 잇는다) ....그 짓거리더라고. 벗어나려고 했었는데, 협박했어. 지금 나가면, 나 포함해서 나랑 친하게 지내던 다른 사람들, 그 부모님, 자식들, 싹 죽여버리겠다고. 그냥 모른 척하고 나가면 됐는데, 그 개새끼가 또 내 눈앞에서 본보기로 호위기사의 다리를 칼로 찌르더라고. 그래서 그냥... 원하는대로 해줬어. 내가 받았던 것도 있고, 원하는대로 해준다고 내가 닳아 없어지는 게 아니니까.
 
신태오:...... (침묵하며 그 말을 듣다가, 부들거리는 주먹 위로 손을 얹어 위로하듯 손등을 쓰다듬는다. 눈을 내리깔고 차분한 어조로) 그랬군요.
 
송현호:그런데 점점 가면 갈수록 이상해지더라. 때리는 건 다반사에 매달아 놓기도 하고, 채찍으로 때리고, 목 조르고... 그래도 분이 안 풀린다고 내 방에 날 묶어놓고 그 집안 기사들이......... (그때 기억이 나는지 입술을 꽉 물었다가 다시 마음을 잡는다) .... 며칠을 그랬어. 밤마다, 심할 땐 쉬는 시간마다. 그래도 그 새끼가 무슨 생각은 있는지 일은 안 시키더라. 근데 그러다보니까, 노예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더라고. 내가 먼저 들이댔다, 뭐 몸을 팔았다.. 그런 얘기있잖아.
그러고나서는.... (피식) 다들 날 피하던데? 무슨 소문이 어떻게 와전됐는지, 어느 순간부터는 지들도 날 깔려고 하더라. 그래서 싸우고, 내가 이겼지. 그런데 그게 자꾸 반복되니까, 그 개새끼가 날 죽이려 들더라. 나 때문에 지 재산-노예-에 손해가 갔다나 뭐라나. 그런데 곱게 죽일 생각은 아니었나봐. 그 더러운 짓거리 하면서 죽일 생각이었는지, 기사들, 노예들, 힘 좀 쓴다는 애들은 다 불렀더라고.
 
신태오:.... (책에서도, 떠도는 풍문으로도 들어보지 못한 끔찍한 이야기에 잠시 표정 관리에 실패해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지며 살짝 질린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충격을 떨쳐내고, 정신을 바로 잡는다. 여기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건, 눈앞의 사람이니. 이 사람이 기댈 수 있도록 의연하고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야 하니. 미간을 눌렀다 떼며, 현호의 안색을 살펴본다.) ... '미친 놈들... 진짜 지저분하네. 역겨워. ...이 사람은 그런 일을 겪고도, 살아있는 건가.'
 
송현호:내가 또 당하고 가만히 넘어가는 성격은 아니라, 그대로 갚아줬지. 다 죽여버렸어. 고귀한 성자님 앞에서 말하긴 뭐 하지만, 후련하더라. 다 죽여버리니까. 그래도 소문 때문에 거기서 살지는 못하고, 내 죄를 사해줄지 모르는 성자님이 있는 여기로 온 거야. 뭐, 내가 선택해서 오기 전에 여기 신도들이 나를 찍었는지 데리러 오긴 했는데.
 
신태오:..... (현호와 눈을 마주치며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낮은 웃음을 흘린다) 다 죽여버려서 다행이네요. 살아남아있었으면, 어떻게 혼쭐 내줘야 하지 고민되었을 텐데.
 
송현호:(회한의 눈물인지 한 방울 또르륵 흐르는 걸 바로 훔쳐 닦고, 장난스레 웃으며 태오를 본다) 온실 속에서 자란 성자님께는 너무 충격적인 얘기였나 싶었는데. 그렇게 말해줄지는 몰랐네.
 
신태오:(눈물이 흐르는 걸 보고 눈이 커졌다가, 장난스런 웃음에 마주 살짝 웃는다. 충격이 완전히 가신 건 아니다. -본편보다 하위호완으로.. 온실 속 화초처럼 큰 건 맞아서- 그러나 나긋한 미소를 입가에 걸고, 손수건을 그에게 건넨다.) 충격적이에요. 그래서, 지금 당신에게 더 고맙네요. 이런 이야길 날 믿고 털어놔 주어서. 그리고, ... (잠시 뜸들였다 빙긋 웃는다. 이런 말을 자기 입으로 하게 될 줄은 몰라서) ...그런 기억을 안고 여기 살아있어줘서요.
 
송현호:...... (손수건을 받고는 씨익 웃는다) 난 나를 버릴 만큼 그렇게 바보는 아니거든.
 
신태오:(씨익) 그래요? 다행이네요. 그럼 계속 살아있어요. 여기 있는 동안, 나쁜 일은 겪지 않도록 내가 도와줄게요. (손에 깍지를 끼고 다정한 음성을 뱉는다)
 
송현호:(손깍지를 보고 깜짝 놀라지 않고, 오히려 물기 어린 눈으로 보고 있다가 다시 웃는다) 성자님이 할 수 있겠어? 오히려 내가 지켜줘야 할 거 같은데.
 
신태오:왜요, 이런 얘길 들은 걸로 충격 먹는 연약한 온실 속 성자님이라, 못미덥나요? (빙긋 웃으며, 깍지낀 손을 들어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 걱정 마요. 온실을 나가면 모를까, 이 안은 나의 작은 궁전이니. 궁전의 주인이 되서 사람 하나 지켜주는 것 못해서야, 성자 체면이 안 서죠. 만일 당신에게 함부러 말을 하거나 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내게 말해줘요. 알아서 처리해줄게요.
 
송현호:(피식 웃으며 역시 태오의 손등에 입을 맞춘다. 그러나 태오가 했던 시간보다는 길게. 그 입맞춤에 성자에 대한 존경과 감사, 사랑을 담아서.) 응. 믿을게.
 
당신은 그 입맞춤의 의미를 알까요?
 
자신의 상처를 모두 털어놓은 현호에게 이제 그런 건 중요치 않나봅니다.
 
현호는 당신에게 별관 외에 다른 곳을 소개시켜 달라고 했고,
 
당신은 전에 없던 그의 미소를 보고 당신에게 마음을 연 것에 안심하며, 그의 뜻대로 그와 함께 별관을 나섭니다.
 
신태오:.... (별관을 나서기 전 잠시 현호가 입을 맞췄던 제 손등을 내려다본다. 그가 입을 맞추었을 때, 무언가 찌릿한 느낌이 신경을 타고 올랐다. 순간 가슴이 울렁이는 것 같았다. 생경한 감각에 의아함을 느끼는데, 그 울렁이는 감각이 어젯밤 현호를 쫓아가 그를 달랠 때, 그의 날선 말을 들었을 때 느꼈던 흉통과 그 궤가 유사한 것을 깨닫는다.) '...설마 그렇게 거부당할 줄 몰랐으니까, 그런 반응을 본 게 처음이라 그런 게 아닌가?' (...그러나 그 뿐이다. 이상한 감각이 무엇인지,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다.)
 
교단의 본관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본관을 둘러보기 전 주변을 살필 수 있습니다.
 
신태오:(멈춰 서 있다, 상념을 휘휘 흩어버리고 주변을 둘러본다.)
 
✷ 관찰력 판정 ✷
 
신태오:
관찰력
기준치: 54/27/10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침 일찍이기에 당신이 주교님과 면담을 하러 가는 시간에는 많이 보였던 신도들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강당봉헌실창고서재를 가볼 수 있습니다.
 
송현호:(신기하다는 눈으로 본관을 천천히 둘러보며 눈을 빛낸다)
 
신태오:'흠, 사람들이 많이 없네. 좋아, 편하게 다닐 수 있겠는걸. 이 사람을 위해서도 신도들이 적은 게 좋겠지.' (현호를 바라보다, 눈이 반짝이는 걸 보고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은근 순진한 반응이라 그런가. 그가 별관의 서재를 보고 눈을 반짝였던 것을 떠올리고, 현호의 손을 잡아 서재 쪽으로 이끈다.) 이쪽으로 와볼래요?
 
송현호:응.... (태오를 따라간다)
 
교단에서 보유한 모든 서적이 집결된 곳입니다.
 
당신과 현호에게 주어진 별관의 서재와는 그 규모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합니다.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겠군요.
 
송현호:(거대한 서재를 보고 역시 눈을 반짝이다가, 이내 그 많은 책들을 볼 수 없다는 것에 잠시 시무룩했다가 아이들이 볼 법한 책장 위치에 볼 만한 게 없나 찾아본다)
 
신태오:'음, 역시 여기가 크네.' (익숙하게 돌아보곤, 현호 쪽의 반응을 살핀다. 그가 시무룩해서 아이들이 볼 만한 책장 쪽으로 가는 걸 보고, 뒤따라가 위로하듯) 여긴 별관보다 규모가 커서, 당신이 읽을 수 있을 만한 책도 더 많을 거에요. 물론, 글을 읽을 수 있으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더 많을 텐데. ... (아니꼽게 비춰지지 않기를 바라며, 그를 보고 생긋 웃는다) 제가 당신에게 글자를 가르쳐주는 건, 어떨 것 같아요? 여전히 필요 없다고 생각하나요?
 
송현호:아...... (잠시 생각하듯 하다가 웃으며, 작게 말한다) 아니, 가르쳐줘. 배우고 싶어.
 
신태오:(현호의 웃는 얼굴, 그리고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수락에- 물론 그의 태도가 오늘 아침부터 유순한 것을 알긴 했지만, 그래도 사납게 뿌리쳤던 것을 기억하는 입장에선 감격할 일이다. 저도 모르게 얼굴에 사르르 눈 녹듯 기쁜 얼굴이 미약한 홍조와 함께 떠오른다.) 와, 정말요? 좋아요, 제가 잘 가르쳐 드릴게요. ..아, 제가 찾아봐야 할 책이 좀 있어서. 그것만 찾고, 바로 올 테니 기다려요?
 
송현호:응. (고개를 끄덕인다)
 
신태오:(우선, 성자와 성녀에 관한 책-특히 성혼식 이후의 삶이 적힌 책이 있는지 찾아본다)
 
✷ 자료조사 판정 ✷
 
신태오:
자료조사
기준치: 20/10/4
굴림: 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가장 고귀한 자>라는 책을 찾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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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고귀한 자>
 
죄의 육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닌 에이론의 품에서 태어나는 고귀한 이로, 성녀일 때도 있고 성자일 때도 있다.
 
가장 낮은 자와 성혼을 하고 그를 진정으로 사랑함으로 에이론에게서 계시를 받아 진정한 축복을 내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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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오:...아는 내용 뿐이잖아. 그래서, 어떻게 살다 어떻게 죽었는지 그런 내용이 왜 하나도 없어? (책장을 팔락거린다.)
 
아무리 팔락거려도 다 당신이 아는 내용 뿐입니다.
 
당신은 책을 덮고 다시 책장 속에 넣습니다.
 
그런데 그 옆에 조잡하고 허름한 표지의 책이 눈에 띕니다.
 
신태오:....의도적으로 지운 거 아니야? (찜찜한 기분으로 혀를 차다, 조잡하고 허름한 표지의 책에 눈을 번뜩인다.) '...이거, 뭔가 있을 것 같은데?' (곧바로 책을 꺼내들어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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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가 없는 갓 태어난 아이를 성녀, 혹은 성자로 키운다.
 
그 자신을 자연스럽게 성자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모든 교인은 그를 성스러운 이로 여기며 섬겨야 한다.
 
또한 본인이 성자라고 믿도록 각종 약과 주문으로 세뇌시켜야 한다.
 
그가 죽으며 내릴 황홀한 축복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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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오:.............. (아무렇지 않게 쭉 읽어가다, 세번째, 네번째 줄에 이르러 시선이 멈춘다. 생각이 끊겼다, 이내 느리게 흐른다.) '....약과 주문으로 세뇌시켜 성자로 만들고, 죽음으로써 축복을 내리도록 한다?'
(표정이 굳어진다. 물론 자신은, 신을 특별히 믿지도 않았고 화려한 성혼식은 제례용 돼지를 위한 거라느니 불경한 생각을 시도때도 없이 했지만. 그래도 역시, 신전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곳.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족으로 믿고 자란, 유대감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낡은 책에 적힌 대로면, 그 믿음을 뿌리채 뒤흔드는 잔혹한 진실에 안색이 파리하게 질린다.) '...진실인가? 이 모든 게 연극이고 그동안 해온 것은 날 죽여 축복을 빌기 위함인가?'
(충격받아 심장이 쿵쿵 뛰는데, 혼란스러운 감정과 별개로 머리는 한편으로 이 책의 내용이 일리 있음을 증명하는 계산을 마친다. 이상하지 않았는가. 어릴 때부터 마셔온 차와 신방, 정원까지 가득하던 시계꽃 향. 기억의 시작은 신전이고, 자신을 우러러보고 다정히 대해주던 신전 사람들 뿐이다. 그들 외에 사람을 만난 적 없다. 철저히 고립된 곳에서 성장해왔으니 그들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고, 그들이 자신을 속여왔던들 자신이 못 알아채고 넘어가기 너무나 좋은 환경이었다.)
(똑똑하니, 머리 한켠으로 그렇지 않을까 예상했던 것이나. 그럼에도 '이거 다 나를 제례용 돼지 취급 하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시비걸듯 가볍게 입을 털었던 것도, 그 기저에 결국 그들을 믿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 내가 어리석었구나. 생각보다 어리석고 여렸던 자신의 내면을 깨닫고, 이마를 짚는다. ... 잠시 그렇게 있다, 책에 더 다른 내용이 없는지 충혈된 눈으로 뒤져본다.)
 
그 외에 달리 당신이 몰랐던 내용은 적혀있지 않습니다.
 
책을 제자리 꽂아두는데, 현호가 당신을 부릅니다.
 
송현호:성자님! 여기 와 봐.
 
신태오:.... (눈을 손으로 덮고 연신 쓸어내리다, 들려온 목소리에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아 굳은 얼굴로 고개를 든다. 울고 싶은 기분이다. 혼란스럽고 화가나고, 복잡하다. 이 모습을 보일 수 없다. 그러나 생각들이 소용돌이치는 중에 대답부터 먼저 나간다.) ...왜 그래요?
 
송현호:여기..... 비밀통로가 있어.
 
신태오:(이전까진 신나서 찾았던, '비밀통로'라는 말에 흥미가 일긴커녕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창백한 얼굴로, 현호 쪽으로 떠듬떠듬 발걸음을 옮긴다.) '...여기서 비밀 통로라니, 고작 비상금이나 잡서 같은 걸 숨겨 놓으려고 만들어 놓았을 리 없잖아. 그 책에 적힌 게 사실대로라면, 아마 통로 너머에 있는 건, .... ....진실이겠지. 내가 몰랐던, 그들이 숨기려 한.'
 
현호는 서재의 한 책장 앞에 서 있었는데, 그 앞에 컴컴한 복도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송현호:여기 책장에 책이 거꾸로 꽂혀 있는 거 같길래 다시 꽂아보려고 빼다가...... (다가온 태오의 얼굴을 보고 하던 말을 멈춘다) ...... 성자님? 괜찮아?
 
신태오:....... (붉은, 그러나 진실을 목도한 배신감과 분노, 그러나 아직 버리지 못한 믿음과 미련이 얼룩진 눈은 형형하다. 그 눈으로 통로를 바라보다, 현호의 목소리에 그의 얼굴를 쳐다본다. 문득 생각이 든다.) '....배신당했다고, 했었지. 당신도, 이런 기분이었나요? ...' (자신을 쳐다보는 붉은 눈동자를 보는데, 이상하게 울컥 하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친다. 그를 와락 껴안는다. 어깨에 얼굴을 묻어 그가 얼굴을 보지 못하도록 숨긴다.)
 
송현호:.... (여유롭게 모든 걸 보듬어 줄 것 같은 눈은 어디가고, 울 것 같은 어린아이의 얼굴을 한 태오를 보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내가 뭘 해야 하지?' 생각하기도 전에 태오에게 안겨 눈을 뻐끔뻐끔 깜빡이다가, 어깨에 얼굴을 묻은 그를 보고 손을 들어 그의 등을 쓰다듬는다.)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태오의 반응과 자신이 어제 알아냈던 것들을 토대로, 대강의 줄기를 파악하고, 낮은 목소리로 태오에게 속삭인다) 괜찮아. 성자님 잘못 아니야.
 
신태오:(현호를 꽉 끌어안은 팔이, 손끝이 덜덜 떨린다. 얼굴을 어깨에 묻은 것은 일말의 자존심이다. 그러나 그것이 무색하게도, 충격에 무너진 그의 뿌리는 눈가에 맺힌 것과 떨림으로, 온몸으로 흘러나온다.) '...뭐하는 거야, 꼴사납게. 이성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충분히 이럴 수 있는 거였잖아. 진정하지 못해? 젠장, 정신차려. 정신차려라, 신태오.' (자신을 날카롭게 질책하는 생각을 되뇌이며, 숨을 몰아쉰다. 귓가에 들려오는 현호의 목소리에 기어코 어깨에 눈물을 떨군다.) .....
 
송현호:(어깨가 젖는 것은 신경쓰지 않고, 태오를 다독인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이떻게,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당혹감을 느낀다.)
 
신태오:(잠시 그대로 있다, 팔을 풀고 현호에게서 떨어져 나온다. 몸을 돌려 소매로 눈가를 문지르고, 마저 진정하기 위해 숨을 들이쉰다.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로 잠긴 목소리를 뱉는다)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네요. 미안해요.
 
송현호:...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사과하는 태오를 보고, 가슴이 욱신거린다. 이내 할 수 있는 게 하나 생각났는지, 태오의 양 볼에 두 손을 얹고 고개를 든 다음 눈가에 입을 살포시 맞춘다. 그런 다음 나직이 읊조린다) 괜찮아. 너라면 나한테 무슨 짓을 해도, 괜찮아. 그런데.... 울지마. 가슴 아파.
 
신태오:.... (현호가 설마 자신의 몸에 먼저 손댈 거라곤 생각 안 해서, 이어 눈가에 내려앉는 입술에 눈이 커진다. 그 다음 나직이 읊는 다정한 말, 그리고 '울지마. 가슴 아파.' 라는 말에, 가슴이 아까처럼 크게 울렁인다.) ...... '....왜 이러지? 왜.... 심장이 고장난 것 같아.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거지? ...왜 내가 우는 걸 본 당신이 가슴이 아파? 왜?' (눈앞의 현호에게 묻고 싶은 마음이 불쑥 치민다. 충격에서 완전히 헤어나오진 못했지만 또렷한 눈으로 현호를 쳐다보고) ...왜, 당신이... 가슴이 아파요?
 
송현호:(태오가 그 말에 대해 물어볼 줄 몰라서 잠시 당황하다가) 어....? 음...... (이내 살짝 미소를 띄운 채) 글쎄, 너를.... 정말 사랑하게 됐나 보다.
 
신태오:........... (눈을 깜빡거린다. 말을 들었는데도 이해가 더디다. 지금까지 자신이 생각해온 것의 반대 급부라. 동그란, 어쩌면 순진한 눈으로 현호를 바라보며) ....당신이 절 사랑한다고요? .....왜요?
 
송현호:(피식 웃더니 장난스럽게) ..... 잘생겨서 그런가?
 
신태오:..... 단지 그 이유인가요?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일순 눈동자가 흐려진다. 그러나 이쪽도 상대를 향한 감정을 깨우치지 못해 깊게 추궁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이유를 알지 못한 울렁거림이 거세어지는 것만 느끼며, 앞머리를 쓸어넘긴다.) ...아니에요.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진실이 무엇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 되겠으니. ... (거기까지 말하고 현호와 눈을 마주친다. 충격에 조금 퀭한 눈이지만, 빛이 있다.) 같이 가줘요, 거부권 없어요.
 
송현호:('어, 잘못 말했나....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충격 때문에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왜 가슴이 아프냐고, 왜 사랑하냐고 물어서 당연히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네.' 그래도 어찌됐든 빛을 내는 그의 눈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대로 두면 성자님이 산산조각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
 
책장 뒤 통로에 가까이 다가가자 퀴퀴한 냄새가 풍깁니다. 안은 굉장히 어둡습니다.
 
신태오:.... (정신을 차린 뒤, 불이 켜진 듯 형형한 눈동자는 오직 '진실을 내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일념으로 빛난다. 충격에 희게 질려 무너졌던 방금과 대비되게, 한치의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두운 통로 안을 계속 들어가자, 거대한 문이 나옵니다.
 
이런 거대한 것이 여기 있었다니요.
 
신태오:(서늘한 눈으로 거대한 문을 쳐다본다. 문이 열리는지 밀어본다)
 
문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송현호:(태오의 뒤에서 그를 보고 문을 본다)
 
신태오:(문이 잠겨 있는 건가. 어릴 때부터 종종 문을 따고 탈출하거나 숨어들어가곤 해서, 문 따는 솜씨는 좋다. 문을 딸 것을 찾는다)
 
주변에 문을 딸 만한 것은 어떤 것도 없습니다.
 
신태오:(문을 딸 게 없다면, 귀걸이나 자신이 가진 장식품을 이용해도 될 것이다. 일단 주변에 '진실'과 관련된 어떤 단서가 있을지 모르니 주위를 빈틈없이 살펴본다)
 
✷ 관찰력 판정 ✷
 
신태오:
관찰력
기준치: 54/27/10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거대한 문은 굉장히 오래되어보입니다. 문은 쇠사슬로 단단히 잠겨있는데, 쇠사슬에 달린 자물쇠의 열쇠구멍이 특이한 모양입니다.
 
송현호:(주위를 둘러보다가, 문 만큼 통로 안이 더러운 것을 깨닫고 태오를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훑어 본다. 그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 성자님. 여기 꽤 오래돼서 옷에 냄새도 베고, 더러워질 것 같아. 특히 성자님 옷은 하얀색인데......
 
신태오:(차분하게, 그러나 깊은 배신감에 절여진 말을 뱉는다)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그들이 날 속인 게 맞다면, 이딴 치렁치렁한 옷도 성자라는 이름도, 다 꾸며낸 연극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 (그러나 자신을 걱정하는, 순수한 마음을 안다. 현호를 돌아보고 입꼬리를 억지로 올려 미소를 그려본다.) ...그래도 고마워요. 걱정해줘서.
.... (말을 한 후 열쇠구멍을 노려보다, 자신의 귀걸이를 빼 열쇠구멍에 맞추고 문을 따 보려 한다.)
 
열쇠구멍이 특이한 만큼 맞는 열쇠가 아니면 열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송현호:(억지로 올려 웃는 태오를 어떻게 해야 원래의 여유로운 모습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눈치보며 조금 웃으며 말한다) 음... 음.... 조금 있으면 성자님..... (어제 자신이 말했던 연극이라는 단어를 꺼내 필요없다는 듯한 방금 말을 상기하고 말을 고친다) 아니, 태오님 일을 할 시간이잖아. 그 전에 이런 데 보다.... 음, 음....... 다른 곳 가볼까? 좀 밝은... 강당...! 강당 가볼까? 우리 성혼식 올리고 난 뒤엔 가 본 적 없잖아..... (쩔쩔)
 
신태오:(안 열리는 것을 알고, 이를 뿌득 간다. 귀걸이를 빼 던지려다 혹시 쓸 데가 있을지 모르니 품에 넣으며, 곧장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긴다) 맞는 열쇠를 찾아야 해요. (현호의 말은 다 들었지만, 듣지 않은 거나 다름없는 쓰루패스다. -현호야 미안;;- 뛰는 듯한 걸음으로 통로를 나간다.)
 
송현호:ㅇ, 어...? (빠른 걸음으로 나가는 태오를 따라 나간다)
 
당신과 현호는 다시 통로를 빠져나와 서재로 돌아왔습니다.
 
역시 현호 말대로 통로가 오래됐는지, 당신의 순백의 성복이 더러워져있습니다.
 
본관에서는 강당봉헌실창고서재를 가볼 수 있습니다.
 
신태오:(-그런 건 이미 신경 밖이다- 사냥감을 찾는 포식자처럼 사납게 치뜬 눈으로 물색하듯 열쇠가 있을 곳을 찾는다. 책장? 벽? 바닥? 혹은 장식품에? 체통도 잊고 발이 닿는 대로, 손이 닿는 대로 뒤진다)
 
그러나 조금 있으면 주교님과 면담을 하러 가야 할 시간입니다.
 
한 군데 정도 더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재에는 아까 찾은 것 외에 도움될 만한 것들이 없어 보입니다.
 
책을 찾기 위해 자료조사 판정 가능합니다.
 
신태오:'씹. 어디 있는 거야. 이곳에 열쇠가 없다면, 다른 곳에 있는 건가?' (형형한 눈을 굴리다 현호가 '강당'이라고 한 것이 문득 떠오른다. 그쪽으로 향하기 전, 자신이 보았던 낡은 책을 챙겨든다. 그리고 바로 강당으로 향한다. 성난 발걸음이 쿵쿵 울린다)
 
송현호:(아무 말 않고 태오의 뒤를 종종 따라 간다)
 
단체로 기도할 때 사용하기도 하는 강당은 마침 비어있습니다.
 
아직 축복의 시간이 아니라 아무도 없어서일까요.
 
여기에서 당신과 현호의 성혼식을 올렸었습니다.
 
신도석단상성상을 볼 수 있습니다.
 
신태오:(단상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며, 짐승같은 눈을 굴려 신도석을 살핀다)
 
신도들이 앉아 기도하는 좌석입니다. 누군가 두고간 성서가 보이는군요.
 
송현호:(햇빛이 잘 드는 만큼 강당에 오면 태오의 기분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저기압인 것을 보고, 이리저리 둘러본다)
 
신태오:(성서를 발견하고, 빼앗듯 확 집어들어 그 안을 뒤져본다. 전부 내가 아는 대로인가. 아니면, 내가 몰랐던 것이 숨겨져 있는가? 진실을 찾는 눈에 핏발이 선다.)
 
✷ 자료조사 판정 ✷
 
신태오:
자료조사
기준치: 20/10/4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무언가 툭 떨어집니다. 그림이군요. 사람 같은데...
 
신태오:(그림을 집어든다. 누구지? 확인한다)
 
그 그림... 낯이 익습니다.
 
아, 엊그제 현호를 처음 만났던 정원 중앙에 있던 역대 성녀, 성자들을 조각해 놓았던 석상들.... 그중 한 성녀의 모습입니다.
 
당신이 직접적으로 전대의 성녀, 성자들의 얼굴을 본 적은 없습니다. 엊그제 조각상의 모습으로만 기억할 뿐입니다.
 
신태오:.... (그림이 구겨지도록 세게 쥐었다, 성서와 함께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단상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성혼식 때 주교님이 서 있던 단상입니다.
 
✷ 행운 판정 ✷
 
신태오:
기준치: 70/35/14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단상 아래에 의문의 열쇠가 떨어져 있습니다.
 
이 열쇠, 혹시.....?
 
신태오:(열쇠를 보자마자 냉큼 챙겨든다. 이 열쇠인가? 혹시 다른 열쇠일지도 모르지만, 주교가 서 있던 자리에 있었으니 일단 진실과 연결되어 있으리라 생각하고 챙긴다. 단상에 더 볼 게 있나 샅샅이 살피다, 고개를 들어 성상을 쳐다본다.)
 
당신이 성혼식을 올릴 때 맞은 편에 세워져 있던 성상입니다.
 
여전히 품안이 빈 피에타 형상입니다.
 
신태오:(품 안이 비어있는 여신상. 어릴 때부터 그것을 보며 찬사와 축복의 말을 들어왔지만, 지금, 의심이 불붙은 가운데 성상을 비롯해 신전의 모든 것은 이면을 알 수 없는 검은 가면을 뒤집어쓴 것과 같다. 이글거리는 눈으로 바라보다, 휙 몸을 돌린다. 현호에게) ...다시 서재로 가죠. 열쇠가 맞는지 확인해 봐야겠어요.
 
(To GM):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To GM):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송현호:(성상을 보다가 태오의 부름에 대답한다) 아, 응. 근데 성.... 아니, 태오님.
 
당신과 현호가 강당을 나오려는 그때
 
신도가 당신을 찾는 소리가 들립니다.
 
에이론의 신도:태오님! 어디 계십니까. 곧 주교님과의 면담 시간입니다!
 
신태오:하, 면담 시간.... (경멸하듯 차게 웃으며, 신도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서재로 향한다)
 
그러나 강당을 나서는 순간, 신도와 딱 마주칩니다.
 
에이론의 신도:하... 태오님. 여기 계셨습니까. 아직 축복하실 시간도 아닌데. 어서 주교님께 가시죠.
 
신태오:(안광이 사라진, 눈앞의 사람을 갈가리 찢어버릴 듯한 눈을 하고 신도를 노려본다. 그를 무시하고 지나쳐 서재로 향한다)
 
신도는 당신을 가로 막습니다. 그러고 아래 위를 훑습니다.
 
에이론의 신도:태오님..! 지금 어딜 가십니까. 옷은 또.... 왜 그렇게 더러워지셨고요. 어딜 갔다오셨어요? 주교님께 혼나겠습니다.
 
신태오:(앞을 가로막은 그를, 죽여버릴 듯 서늘한 눈으로 노려본다. 칼날처럼 낮은 온도의 말을 뱉는다) 비켜. 지금, 감히 누구 앞을 가로막는 거지?
 
대인기능 판정 가능합니다.
 
신태오:(위협 판정 하겠습니다)
 
✷ 위협 판정 ✷
 
신태오:
위협
기준치: 70/35/14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 위협 강행 판정 ✷
 
신태오:
위협
기준치: 70/35/14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당신이 쏘아붙이지만, 신도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오히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서늘한 분위기를 내뿜으며 낮게 말합니다.
 
에이론의 신도:태오님. 지금은. 주교님과 면담하실 시간입니다. 가시죠.
 
언제 있었는지 모를 신도들이 나타나 당신을 에워쌉니다.
 
송현호:(뒤에서 걱정스럽게 태오를 쳐다본다)
 
(To GM):
정신력
기준치: 70/35/14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신태오:....하! (신도의 코앞으로 얼굴을 가까이 대며,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노려본다. 입꼬리를 올려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고개를 떼고 자신을 에워싼 신도의 무리를 돌아본다. 자신을 추켜세울 때는 한 번도 본 적 없던 그들의 서늘한 분위기, 작은 반항에도 어느새 나타나 빈틈없이 에워싼 진영부터.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얘기해주는 것만 같다. 믿음에 배신당한 날카로운 통증이 심장을 할퀴지만, 오히려 개운하기까지 한 모순적인 감정을 느끼며 주위를 보고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아하하하! 아아, 그래. 주교님과 면담할 시간인데. 시간 낭비해선 안 되지... (입꼬리가 떨어진다. 서늘한 기세를 뿜으며) 꺼져, 내 발로 갈 테니까.
 
에이론의 신도:
 
에이론의 신도:(그가 미친 것처럼 크게 웃는 것을 보고, 뒤에서 태오를 보는 현호를 흘겨봤다가, 길을 트고, 주교님에게 데리고 간다) 가시죠.
 
당신은 성자로서 주교와의 면담을 하러 갑니다.
 
당신은 면담실로 들어갑니다.
 
주교님은 여느 때처럼 차를 우리고 있습니다.
 
신태오:(얌전히, 조용하게 들어와서, 주교의 앞에 다다랐을 때 자신이 앉아야 할 의자를 발로 걷어찬다. 울었던 탓에 붉은 기가 도는 눈가에, 배신감과 분노가 가득한 눈이 잡아먹을 듯 주교를 향한다) 말해. 나한테 바라는 게 뭐야.
(그를 노려보다, 입꼬리를 비틀어 올린다.) 혹시 모르잖아, 그동안 키운 정도 있고 하니까... 죽어달라고 해도 기꺼이 들어줄지 어떨지.
 
주교님:(여전히 허허실실 웃으며 따뜻하게 차를 우려낸다) 허허... 우리 성자님께서 어제 잠을 잘 못 잤나보구나. (그러고 우려낸 차를 태오 앞 테이블에 올린다) 마셔보거라. 피로가 가실게다.
 
신태오:(그가 우려낸 찻잔을 손으로 밀쳐 옆으로 팽개친다. 답을 갈망하는 눈빛이 무섭도록 빛난다.) 왜 말을 못 해? 왜?
 
주교님:....흠...... (태오를 가만히 보고만 있는다)
 
신태오:왜 성자와 성녀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지? 왜 하필 성자와 성녀는 죄인을 사랑해야 하지? 그것이 왜 축복이 되지? ....왜 내가 성자가 된 거지? (끝없는 의문이었던 것들을 속사포로 토해내곤, 미친 듯 조금 맛이 간 눈으로 주교를 노려본다.) ...말해. 날 죽이기 위해 지금까지 고이 모셔놓고 키운 거라고. 말하라고.
 
주교님:(끓여놓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곤 여느 때와 같이 나긋하게, 그러나 주교로서 근엄한 목소리로 말한다) 성자 신태오여.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리에 앉아라. 그대가 원하는 답은 해줄 테니.
 
신태오:(한쪽 눈을 찌푸렸다, 입꼬리를 올려 비소한다.) ...부정 안 하네. (바닥을 나뒹구는 의자에 앉진 않고, 탁자에 손을 올린다.) 답부터. 내가 원하는 답부터 내놔.
(이미 답을 정해놓은 것처럼 그를 추궁하면서,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눈앞의 사람을 믿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것을 느낀다. 당연하다. 그는 지금까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믿고 사랑해 왔던, 자신의 아버지가 아닌가. 진실을 요구하면서도 이중적으로 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같이 있어, 주교의 얼굴에서 한 줄기 희망이라도 찾는 것처럼 작은 변화를 일일히 놓치지 않고 표정을 면밀히 살핀다)
 
주교님:(다시금 차를 홀짝이곤 ) 흠.... 너를 처음 본 순간 에이론님께서 보내신 성자임을 한눈에 알아봤단다. 눈발이 휘갈기던 날, 희한하게 잔뜩 피어난 푸른 장미꽃 아래 있었던 그 아기를 보면, 누구나가 다 그렇게 생각할 거다.
(여태껏 많이 들었던 얘기를 한 뒤 다시 말을 잇는다) 이전의 성녀와 성자들은 이미 니가 태어나기도 전에 에이론님께로 돌아갔다고 어제도 말하지 않았느냐, 이 작은 신전이 품기엔 너무 거룩한 분들이라 그 흔적이 없는 것이고..
(한숨을 쉬곤) 그래, 교리이긴 하나 그런 악독한 죄인과 성혼하고 그를 사랑해야하는 것이 어려운 일임을 아주 잘 안다. 네가 성자란 이유로 그런 무거운 짐을 얹게 된 것에 대해 주교인 나도 안타까울 다름이구나. 내가 부족하여... 너를........ (눈물을 주르륵 흘린다.)
 
신태오:(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듣는다. 화가 난 것처럼 거친 숨을 들이쉬다, 한마디 뱉는다) ....내가 원한 답은 그게 아닌데.
 
주교님:(그러나 곧 눈물을 닦아내고 말을 잇는다) 네가 이렇게 분개할 정도로, 그 죄인이란 자가 너를 괴롭게 하더냐. 그를 사랑하는 것이 어려워 이러는 게냐.
 
신태오:(그의 말을 무시하고) 사람이 죽었으면, 장례를 치르든 화장을 하든 하지. 영혼은 신에게 갔다 쳐. 시신은 남아 있었을 텐데. 그런 흔적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건, ... (말을 뱉다, 이죽거린다) 아, 그냥 태워죽였나? 나도 태워서 죽일 거야? 고운 옷 입히고 예쁘게 치장해서, 잘 먹여 살찌운 제례용 돼지처럼?
 
주교님:.... 모두 에이론 님의 깊은 뜻이다. 받아들여라.
 
신태오:아하, 그래? 태워죽이는 게 잘나신 에이론 님의 뜻이라고? 이야- 몰라봐서 미안하게 됐네요. 시발. (극강의 비아냥을 시전하며, 나뒹구는 의자를 한 번 더 걷어찬다. 주교에게 원하는 답을 들었다. 자신은 제물이다. 그러나 자신을 옥죄어 오는 가혹한 진실에 정말 이상하리만치 웃음이 흘러나온다.) ...프핫, 하하, 하하하...
(빙글 돌아 등을 보이며 웃다가, 천천히 웃음을 그치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충동적으로 입이 열린다.) ...하나만 물어볼게. ..... 날 사랑했어?
 
주교님:(태오를 쳐다본다) 에이론교의 모든 사람들이 너를 사랑한단다, 태오야.
 
신태오:(뒤를 돌아 그의 얼굴을 보고 그 말이 진심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그 마음을 비웃듯 차게 웃는다.) 하, .... 그놈의 사랑, 사랑. .... 사랑이 뭔지나 알고? (입꼬리가 떨어진다) ....틀려, 당신들은 날 사랑한 게 아니야. 진짜 사랑했다면, ... (문득 머릿속에 울지 말라고, 가슴이 아프다며 말하던.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감싸쥐고 두 눈 위에 입을 맞추던 현호가 떠오른다. 왜 그랬을까.) .....
(더 말하지 않고 주교쪽엔 시선도 던지지 않은 채 문으로 걸어간다. 면담실을 나간다.)
 
당신은 면담실을 나갑니다.
 
밖에서 신도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에이론의 신도:축복을 내려주실 시간입니다. 강당으로 가시죠, 성자님.
 
신태오:......... (대기하고 있던 신도를 서늘한 눈으로 쳐다본다. 머릿속에서 기계적인 계산이 스친다.) '이 장단에 더 이상 어울려 주고 있을 수 없어. 쳐야 하나? 물어뜯어? 아니, 남을 해쳐봤자 아까처럼 여럿이 제압하면 손을 못 써. 그럼...' (눈에 보이는 건 복도의 벽, 그리고 자신의 흰 살갗.) '자해하면, 미친 것처럼 보이겠지. 그냥 미친 놈이 돼?' (눈이 번뜩이지만, 이성이 가로막아 차가운 판단을 내린다) '....아니야, 아니지... 그랬다가 감금이라도 당하면, 괜히 일이 어려워지잖아. 지금은 순응해야지. 지금은.'
(신도를 무시하고 강당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앞만 보고 걸어가는 척 하며, 신도의 낌새나 신전 안의 풍경을 힐끔 살핀다 -언제 돌변해서 자신을 죽일지 모르니-)
 
현호가 말했던 것처럼 감시역이었는지, 눈에 띄지 않았던 다른 때와 달리 지금은 모습을 드러낸 채 당신을 에워싼 채로 강당으로 향합니다.
 
그 외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빈 좌석 뿐이었던 아까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축복을 기다리며, 강당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신태오:(모습을 드러낸 채 자신을 에워싼 신도들을 보고, 눈이 가늘어진다.) '방금 전의 행동이, 이들을 자극했나 보군. 덕분에 이들이 숨긴 꿍꿍이는 확실해 졌지만, 지금으로선 좋지 않네. 당분간 체념한 척 얌전히 지내면서 경계가 물러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나. ... 아니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강당을 가득 메운 것을 보고, 눈매를 굳힌다.) '...붙잡아 두려는 속셈인가.' (그러나 신도들을 믿을 수 없게 된 것처럼, 축복을 받으러 왔다는 이들도 믿을 수 없다. 가늘게 뜬 눈으로 사람들을 쳐다본다.)
 
여느 때와 같이 당신에게서 축복을 받으러 온 사람들입니다. 당신을 선망하는 눈빛.
 
그 외에 특별히 다른 것은 없습니다.
 
그러다 축복을 받던 한 사람이 당신에게 나직이 묻습니다.
 
신태오:(죽은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곤, 전날같은 고귀한 성자같은 행세는 없고 다만 조용하게 걸어가 표정 없는 굳은 얼굴로 축복을 해준다)
 
신도: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요, 성자님...? 안색이 안 좋아 보이세요.
 
신태오:(그 사람을 쳐다보고, 입꼬리를 의식적으로 올리지만 밀랍인형같은 웃음이다) ....밤잠을 좀 설쳤더니, 피곤하네요. 괜찮습니다.
 
신도: (안쓰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다가 문득 생각난 듯 품 안에서 작은 병을 꺼낸다) 이거 드시고 하세요. 피로가 싹 가실 거예요.
 
신도가 건넨 작은 병 안에는 하얀 액체가 찰랑입니다.
 
신태오:..... (작은 병을 보고, 주교가 권했던 차가 떠올라 표정이 굳어지지만. 표정을 관리하며 병을 받아든다) 고마워요.
 
이렇다 할 일 없이 축복을 드리는 시간이 끝납니다.
 
저녁시간이 다 되어서야 당신은 별관으로 돌아옵니다.
 
아침의 일 때문일까요.
 
굉장한 피로감이 당신을 덮칩니다.
 
그 와중에 별관에서 현호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어쩐지 안심이 됩니다.
 
송현호:(여전히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태오를 보고 미소를 띄운다) ....별 일, 없었어?
 
신태오:..... (피곤하다마다. 하루아침에 자신이 믿고 있던, 아는 세상이 뒤바꼈다. 이제 이 신전은 아늑한 온실이 아니다. 자신을 키워 잡아먹으려는 짐승들이 날뛰는 각축장일 뿐. 서재에서부터 쭈뼛 곤두서있던 신경이 저녁 시간까지 흘러오니 피로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제 이곳 어디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터덜터덜 걸어오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낯익은 모습에. 가슴이 쿵쿵 뛴다. 자기도 모르게 달려가, 그를 와락 껴안는다.)
 
송현호:ㅇ.... 어? 성..... 태오님...?
 
(To GM):
정신력
기준치: 70/35/14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신태오:(품에 안긴 그의 어깨에 코를 묻으니 체향이 느껴진다. 그를 느끼며 생각이 든다.) '....이 안 어디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데. 유일하게 내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곳이..... 여기구나.' (응석부리듯 그를 끌어안은 채로 어깨에 얼굴을 부비다, 이내 천천히 떨어진다. 눈을 마주치고 눈꼬리를 휘어 미소짓는다. 온전한 신뢰가 담긴 눈이다.) ..오래 기다렸어요? 늦으면 먼저 먹고 있어도 된다니까.
 
송현호:응...? (어깨를 부비는 태오를 보고, 아직도 괜찮지 않은지 걱정스런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고개를 들어 편하게 웃는 태오를 보고 잠시 멍하니 있는다. 그러다 퍼뜩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아니. 같이 먹으면 더 좋잖아. 같이 먹자.오늘 힘들었지?
 
신태오:(현호의 손을 잡아 깍지를 끼고, 잠시 떨어진 것도 아쉬운 듯 뺨에 대고 부비적거린다) 응... 힘들었어요. 사실 너무 피곤해서 밥 생각은 없는데. 당신 먹는 건 봐야겠으니 같이 가요. 난 적당히 먹다, ... (하품) ...자야겠어요.
 
(To GM):
정신력
기준치: 70/35/14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송현호:(잠시 홀린 듯이 태오를 쳐다보다가 곧 눈을 깜빡인다. 마주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응. 빨리 자자.
 
당신과 현호는 신방으로 들어갑니다.
 
식사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식사가 올 때까지 잠깐의 시간이 있습니다.
 
신태오:(신방으로 들어온 후에도 현호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손등을 매만지거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거나 하며. 그와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 피로가 누그러지는 것 같다. 눈은 생각에 잠긴 듯 가라앉아, 현호의 손을 매만지며 손끝을 맴돈다.) ...현호님.
당신은... 내가 성자가 아니라도 사랑할 건가요?
 
(To GM):
정신력
기준치: 70/35/14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송현호:(찰싹 달라붙어 있는 태오를 보고 사랑스럽다는 듯이 웃다가 태오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응. 나는 성자가 아니라, 신태오, 너를 사랑하는 거니까.
 
신태오:
 
신태오:(그 말에 가슴께에서부터 달달한 느낌이 울려 낮게 웃음을 흘린다.) ...하지만, 당신이 본 제 모습은 성자와 떼놓을 수 없는데요. 솔직히, .... 지금 나도 내가 역겹거든요. 당장이라도 성자라는 신분과 이 신전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 너무 오랫동안 이대로 있어서. 이제 이것들은 날 이루는 일부가 되어 있어요. 내 말투, 행동 모두 내가 아니라 성자의 것이죠. (문득 생각난듯) ...아, 그렇다고 당신을 의심하는 건 아니에요. 당신이 사랑한다는 말, 믿어요. 오늘 이 신전에서 만난 사람들 중 당신만이, 날 대하는 게 달랐거든요.
 
송현호:(태오의 말을 주의를 기울여 듣는다. 그러다 장난스런 미소를 띄운 채 넌지시 말한다) 그럼 내일 도망갈까? 오늘은 늦었으니까 밥 든든하게 먹고, 내일 아침 일찍 떠나는 거야. 난 이미 내가 살았던 곳에서 여러 번 나와 본 사람이니까, 같이 있으면 도와줄 게 있지 않겠어? 글은...... (성자로서 대우하는 걸 싫어하는 것 같아 슬쩍 말을 놓는다) 태오, 니가 보면 되고.
 
신태오:(장난스러운 현호의 말에, 귀기울여 듣다 키득 웃는다.) 맙소사. ...재미있는 발상이네요. 할 수 있다면, 그러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요. 내가 읽고 쓸 수 있으니, 적당한 일자리는 구할 수 있을 테고, 도망칠 때 적당한 장식품을 훔쳐 간다면... 두 사람 살 만한 집은 구할 수 있겠죠. (꿈꾸듯 중얼거린다)
 
송현호:(키득거리며) 응. 그럼 잘 살 거야. 너도, 나도. 우리 같이.
 
신태오:하하.... 재미있겠다. (작게 웃음을 흘리다, 눈을 감으며 잔잔한 목소리를 뱉는다) ....그 사람들은, 날 사랑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죠. ....
(고개를 기울여 현호의 어깨에 툭 기댄다) ...당신이 사랑한다는 말이, 거짓이면 안 돼.... 그럼 정말 끔찍할 거야. 진짜, 정말.... 용서 안 할 거에요. 또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하면.... 진짜 죽여버릴 거야.
.... ..... (마지막 말을 뱉으며, 가물거리던 시야가 완전히 덮인다. 덮인 눈꺼풀 위로 수마가 밀려온다. 정신이 아득히 떨어진다. 현호의 어깨 위에서 규칙적으로 고른 숨을 뱉는다)
 
송현호:(잠든 태오를 보고 사랑에 빠진 미소를 짓는다) .... 잘자. 사랑해, 신태오.
 
그렇게 다사다난했던 날이 저뭅니다.
 
.
 
───────ㅤCHAPTER 4ㅤ───────넷째날
 
다시금 아침입니다.
 
당신과 현호는 같은 침대에서 눈을 뜹니다.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신도 한 명이 아침 식사를 가져다줍니다.
 
신태오:...... (항상 일찍 일어나서 의복을 정제하고 식탁에 차려진 식사를 하던 그지만, 오늘은 웬일로 이불 속에서 오랫동안 뭉그적거리다, 아침식사가 들어올 즈음에야 일어난다. 의복을 간단히 정제하고 식탁에 앉는다. 뱁새눈을 하고 식탁에 차려진 것을 노려본다) '....약과 주문으로 세뇌시킨다고, 그랬는데. ...차만 아니라, 평소 먹는 음식에도 약 같은 게 들어 있는지 몰라.'
 
가져다 준 신도가 식사를 다 차리더니 당신과 현호를 번갈아 보고는 말합니다.
 
에이론의 신도: 태오님, 그리고 송현호님. 오늘의 일정은 두 분이서 같이 움직여달라는 주교님의 전언입니다.
 
송현호:(신도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저도요....?
 
에이론의 신도: 네.
 
신태오:('주교님의 전언'이라는 말에 눈살을 구긴다.) '....주교가? 그 인간이 괜히 이런 분부를 할 리가 없는데. ...이 사람이 나 때문에 위험한 데 휘말리는 건 아니겠지?' (현호 쪽을 보았다, 탐탁찮은 얼굴로 신도를 보며) 현호님은 어차피 따라가도 할 일이 없을 텐데. 나만 가도 되는 거잖아? 둘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던가?
 
에이론의 신도: 마을로 직접 내려가서 축복을 내려주셔야 합니다. 송현호님도 같이 동행한 채로요.
 
송현호:(의아한 얼굴로 태오를 쳐다보았다가 신도에게 묻는다) 제가 살인자인데, 태오와 함께 가는 건 위험하지 않습니까?
또 내가 도망가면 어떡할려고.(비식)
 
에이론의 신도: (온화한 미소를 띄운 채) 마을까진 가깝고, 송현호님은 그러지 않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그렇죠?
 
신태오:'몇 없는 그 외부 일정이 오늘이었나. 아무래도 켕기는데. ...' (조금 표정을 누그러뜨리긴 하지만 여전히 아니꼬운 눈으로 신도를 보다, 현호의 말에 놀라 쳐다본다.) '....아무나 막 죽이고 다니는 거 아니면서...'
 
송현호:(비소하며 작게 중얼거린다) 그렇게 감시하더니 믿기는, 개뿔.
 
신태오:....그만, 됐어. 괜찮아요. 내가 옆에 있을 테니까. (현호의 어깨를 붙잡으며, 신도 쪽을 쳐다보고) 알겠으니 더 전할 거 없으면 나가.
 
에이론의 신도: 네. (대답하고 방을 나간다)
 
외부일정이 간혹 있긴 했지만, 어제 그 난리를 친 것을 생각하면 뜬금없게 느껴집니다.
 
... 애초에 성혼식이나 성자가 된 것부터가 억지였지만요.
 
송현호:(아무 도움이 안된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으니, 미안한 눈치다) 괜찮겠어..? 내가 같이 가도.
 
신태오:..... (그래, 성혼식이나 성자나. 처음부터 억지였지. 실소를 흘린다. 밥이 차려져 있건만 식욕이 없어 수저를 건들지도 않는다. 거기 무슨 약이 타져 있나 싶기도 하고. 그러다 들려온 말에 현호를 보고 아무렇지 않게 빙긋 웃으며) 뭐, 보는 눈도 많은데 저들도 생각이 있으면 무슨 짓을 하진 않을 거고. 당신은 내 곁에만 붙어있을 테니 큰일이 일어나지도 않고 괜찮겠죠. (현호의 손을 잡아 손등을 부드럽게 쓸며) ....뭣하면 내가 지켜줄게요. 성자도 뭣도 아니지만. 그래도 당신한테 피해가 가지 않게 내 한 몸 던져볼 테니까. (장난처럼 웃는다)
 
(To GM):
정신력
기준치: 70/35/14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송현호:(태오의 미소에 키득거리며 웃는다) 누가 누굴 지킨다는 건지 모르겠네. 고운 얼굴 다치게 할 순 없지. 내가 지켜.
 
신태오:흠, 정작 지켜주겠다고 해놓고, 어제 도움 받기만 했는데. 이번엔 내가 지켜주는 걸로 해요- 약속 못 지킨 사람 되기 싫어요. (키득거리다, 현호의 뺨에 쪽 입을 맞추고 떨어진다.)
 
송현호:.....! (뺨에 입술에 닿자 크게 발작하듯 놀랐다가, 미안한 기색이 역력하게 말을 한다) 아..... 그... 미안. 싫은 건 아니고, 오히려 엄청, 진짜 좋은데....! ..... 전에 있었던, 그 일 때문에...... 나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어, 음....... 그러니까...........
(울상이 된 채로) ......진짜 좋은데.......
 
신태오:...., ...! (뒤늦게 생각이 미쳐, 발빠르게 사과한다.) 미안해요. 내가, ... 생각이 모자랐어요. 다신 그러지 않을게요. (그러나 사과하다, 한편으로 그런 의문이 든다. 가슴의 미묘한 울렁거림과 함께) '...이런 적이 있었나? 아니, 한 번도 남의 얼굴에 입을 맞춘 적 없는데. 왜 그렇게 자연스러웠지?'
 
송현호:(다신 그러지 않는다는 말에 울상이 된 얼굴을 들었다가, 자신도 별 수 없으니 고개를 느리게 끄덕인다) ............. 응.
 
그렇게 달달하고도 씁쓸한 시간이 지나고
 
당신과 현호는 교단이 지시한 대로 축복을 하기 위해 각자 주어진 말을 타고 마을로 향합니다.
 
에이론의 신도: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만약, 날이 어두워지거든 위험하니 무리해서 오려하지 마시고, 마을에 일러두었으니 마을에서 묵고 오셔도 됩니다.
 
✷ 지능 판정 ✷
 
신태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7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저 말은..... 진심으로 축복을 위해서라기보다
 
당신과 현호를 가깝게 만들어주려는 속셈같아 보입니다.
 
대체 왜들 그렇게 사랑에 난리인지...!
 
송현호:(그 속셈을 눈치깐 듯 비소하며 중얼거린다) 하.... 젊은이들 짝 지어주지 못해서 노망이 났나. 무슨 사랑타령이야...
 
신태오:(말뜻을 기민하게 알아채고 눈이 가늘어진다.) '....성혼식 때도, 그 전부터도 그 영감탱이는 내내 사랑을 강조했지. 이것도 다 그 속셈이라고 생각하면, 역시 어울려 주지 않는 게 베스트인데. ....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야, 우리가 무사할 수 있는 걸까?' (생각을 하며 물끄러미 현호를 바라보다, 그의 비소에 동조하며 같이 피식 웃는다) 그러게 말이에요.
 
어찌됐건 두 사람은 말을 탔고, 그 말은 마을로 향할 뿐입니다.
 
절반 쯤 왔을 때입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다던 마을이 금방 보이는군요.
 
당신이 직접 마을에 나오는 것은 오랜만의 일이죠.
 
괜시리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 관찰력 판정 ✷
 
신태오:
관찰력
기준치: 54/27/10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무리 당신이 축복을 하러 직접 마을에 간다고 해도 교단과 마을 사이 당신과 현호 말고는 오가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신태오:'그나저나 보통 다른 신도들이 줄줄이 딸려서 왔는데... 오늘은 현호랑만 있네. ...다른 감시역이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보이지 않은 데에 숨어 지켜볼 수 있으니 더 조심해야 한다고 여겨야 할까.' (뚱한 얼굴로 마을과 주변을 둘러본다)
 
당신을 에워싸며 감시하던 신도들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현호도 사람이 유독 없음을 깨닫고 주변을 두리번 거립니다.
 
송현호:여기 원래 이렇게 사람이 없었......
 
그떄입니다.
 
"감히 성자님을 더럽힌 벌을 받아라!!"
 
외침과 함께 검불 속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와 현호를 말에서 밀쳐냅니다.
 
놀란 말이 울부짖고, 난데 없이 공격을 당해버린 현호는 속수무책으로 괴한에게 당할 뿐입니다.
 
맙소사.
 
신태오:.....! (다급히 고삐를 잡고 말을 멈추는 것과 동시에 말에서 뛰어내려, 괴한의 앞을 막는다.) 뭣들 하는 건가!
 
대인기능 판정 가능합니다.
 
신태오:(인상을 험악하게 굳히고, 으르렁거리듯 괴한을 노려본다) (위협 판정 합니다)
 
✷ 위협 판정 ✷
 
신태오:
위협
기준치: 70/35/14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현호를 둘러싸고 있던 괴한은 당신을 알아보고 허둥지둥 도망갑니다.
 
신태오:(허둥지둥 도망가는 괴한을 보고 소리친다) 잠깐, 거기 서! '젠장, 저렇게 도망가면 범인이 누군지 알 수가 없잖아!'
 
✷ 관찰력 판정 ✷
 
신태오:
관찰력
기준치: 54/27/10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자인 당신을 위해서 그랬다면 보통 신자들일 겁니다.
 
그런데 일반 신자치고는 현호를 공격하는 것에 너무나도 능숙했습니다.
 
도망치는 모습조차도요. 어떻게?
 
송현호:(작은 목소리로) ....태, 오.....
 
신태오:'전문 암수인가? 하지만 왜, ...' (하는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다급히 몸을 돌려 바라본 곳에 현호가 쓰러져 있다. 머리끝까지 피가 싹 마르는 기분을 느끼며, 경황 없이 그에게 달려가 그의 상태를 빠르게 살핀다.) 현, 현호야. 괜찮아? 잠시만, 괜찮을 거야. 내가 지켜줄게. 내가, ...
 
다급하게 현호를 보자, 안타깝게도.
 
꽤나 중상을 입은 상태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말에서 떨어졌으니까요.
 
죽지 않은 게 다행이지요.
 
현호가 무어라 중얼거립니다.
 
신태오:(눈이 지진난듯 흔들린다. 그를 다급히 안아들고, 자신의 말 위에 올린다. 그를 의사에게 데리고 가야 한다. 알고 보면 단순한 타박상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의사에게 보이기 전에, 확언을 듣기 전까지 확신할 수 없다. 현호를 달래려 하지만, 오히려 동요하는 건 이쪽이라 달래는 말에 힘이 없다.) 괜찮아. 괜찮아. 말하지 마, 그냥, 잠깐 쉬고 있어. 금방 나을 거니까. 바로 의사한테 데리고 갈게.
 
✷ 듣기 판정 ✷
 
신태오: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송현호:(미약하게) ...마침 잘 됐어. 나 두고, 빨리 도망가. 나중에..... 따라갈게.
 
신태오:(현호를 태우고 그 말에 자신도 올라 타며, 고삐를 틀어쥐는데. 들려온 말에 인상이 굳는다. 저도 모르게 정색하고 말이 터져나온다.) ... 미쳤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너 안 두고 가. 헛소리할 거면, 정신이나 붙잡고 있어. 잠들지 말고. (급히 고삐를 당겨 말을 몬다.)
 
송현호:신.... 태오......
 
너무 당연한 말입니다. 비록 자신이 원해서 한 성혼이 아니었더라도, 지금 당신의 손에 남은 건 그 밖에 없다고요.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계획한 건 아니었지만, 당신을 명목으로 현호가 상처 입었잖아요.
 
두고 혼자만 도망갈 수 없습니다.
 
만류하는 현호를 억지로 데리고, 돌아다녀 보지만, 당신과 현호는 너무나 유명인사입니다.
 
잘못하면 아까처럼 현호를 습격할 수도 있는 일이고요.
 
당신은 어딘가 이슬이라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피합니다.
 
신태오:'젠장. 좀 더 빨리... 내가 좀 더 빨리 막았으면, 내가 현호를 지키고 대신 맞을 수도 있었을 텐데. 내가 붙어 있다고 이 사람이 무사할 거란 안일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어. 무슨 일이 있어도, 별관에 떼어놓고 왔어야 했는데...!' (자책감에 속이 얼룩진다)
 
다행히 숲속에서 둘이 몸을 웅크리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동굴을 발견합니다.
 
신태오:...... (현호를 그나마 동굴 안에서 평평하고 습기가 없는 마른 곳에 내려놓고, 참회하듯 그 옆에 쪼그려 앉아 그를 살핀다) '....내가 성자가 아니었으면, 이 사람이 다치지 않았겠지. 지금 이딴 곳에 눕힐 게 아니라, 마을로 내려가 제대로 된 병원 침상에 눕히고 의사에게 보일 수 있었을 테고. ....이 망할, 성자라는 것 때문에.'
 
밖은 점점 어두워지더니,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집니다.
 
이내 비가 쏟아집니다.
 
아마 저 비를 맞았다면, 몸도 성치 않았을 현호가 체온이 떨어져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동굴에 들어와 있다고 마냥 다행인 건 아닙니다.
 
다친 현호를 위해 당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당신은 성자로 추앙받으며 교리와 축복을 내리는 것 밖에 배우지 않았으니까요.
 
신태오:(분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귀걸이와 목걸이, 성자의 옷 위에 걸쳐 있는 캅빠를 거칠게 벗어 팽개친다. 귀걸이는 뜯어내듯 빼내서, 귀에서 피가 흐른다. 씩씩거리며 거친 숨을 뱉어낸다)
 
이런 때 쓰면 좋은 약재가 뭔지, 다친 이를 어떻게 돌봐야하는지 전혀 배우지 않았습니다.
 
그저 해줄 수 있는건,
 
열이 펄펄 끓기 시작하는 현호를 빗물을 적신 옷가지로 닦아주는 것 뿐입니다.
 
송현호:(더운 숨을 내뱉으며 멍한 눈으로 태오를 본다) ....괜, 찮아.... 괜찮아, 태오야.
 
신태오:'....시발. 왜 이것밖에 못하지? 성자라는 좋은 허울이나 달고, 왜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냐고. 그동안 왜 다른 건 하나 생각해보지도 않았지? 바보 멍청이. 망할 신태오.' (머리를 쥐어뜯듯 자신을 자책하며, 현호를 간호한다. 열이 올라 멍한 얼굴로 말을 뱉는 현호를 보고, 의식은 돌아온 건가 안도하면서도 흐린 얼굴로 그의 이마를 쓸어준다) ....뭐가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으면서. 말하지 마, 병 더 도질라.
 
송현호:(힘 없이 웃으며, 태오의 귀에서 떨어지는 피를 손을 들어 닦아낸다) 어차피.... 내가 받아야 할 벌이었어. 많은 사람을 내가..... 죽였으니까.
 
신태오:(미간을 종잇장처럼 구긴다. 귀의 상처에 손이 닿자 눈가를 움찔거리면서, 여전히 얼굴을 풀지 않고 현호의 손을 잡아 내린다.) 헛소리하지 마. 그 사람들은 죽어 마땅했어. 널 구해주는 사람도, 구해주는 신도 없었으니까. 넌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을 뿐이야. 그런 걸로 벌을 내린다면, 그건 신이 눈이 삔 거라고. ... (이가 으득 갈린다)
 
송현호:(느리게 웃는다) 니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그게 맞는 것 같아.... 성자라서 그런 게 아니라...... 태오, 너는 머리도 좋고... 아는 것도 많고.... 네 목소리가, 편안하게 들려.... 자장가처럼.......
 
신태오:내가 그렇게 말해서가 아니라, 그게 맞아. 딴 놈들은 멍청해서 모를 뿐이야. (대꾸하다, 목소리가 편안하게 들린다는 말에, 혹시 현호가 잠드는-영면- 걸까, 불안함을 느끼며 두 눈이 흔들린다. 현호의 손목을 잡아 맥박을 짚으며, 현호의 안색을 살피고 다른 손으로 이마의 열을 잰다.) ...현호야, 내 말, 잘 들리는 거지? 너, 그냥 잠드는 거 맞지? 영영 내 곁을 떠날 거, 아니지? 그렇지? (불안한 눈이 흔들리며, 어느새 차오른 눈물이 뺨 위로 툭 떨어진다.)
...안돼, 떠나지 마. 날 사랑한다고 했잖아. 너마저 가면 안 돼. 날 배신하는 거야. 이런 기분 느끼고 싶지 않단 말이야. 내가 안 된다고 했잖아. ... (정신 나간 것처럼 중얼거리며, 현호의 손을 잡고 고개 숙여 얼굴을 묻는다. 손에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송현호:(떨어지는 태오의 눈물을 느끼며 눈을 느리게 깜빡이다가 살짝 웃는다) ....누군가 날....... 이렇게 걱정한 적, 처음이야.... 그 처음이, 너라서.... 기뻐.... 하지만, 어제도.... 말했잖아. 울지마, 태오야... 응..? 정 그렇게... 걱정 되면.... 기도라도 해줘.... 그 신 말고, 다른.... 신한테. 태오, 네가 기도해주면....... 괜찮아질 것 같아....... 푸른 장미의........ 성자님이.........
 
밤이 깊어가고, 비는 계속 내립니다.
 
비 때문인지 당신과 현호를 찾는 움직임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호의 상태는 계속해서 나빠집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기도 뿐...
 
현호가 할 수 있는 것도 그저 정신을 잃지 않고 버티는 것 뿐입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현호에게서 대답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신태오:..... (눈물이 흐르다 만, 얼룩진 얼굴로, 현호의 부탁대로 어릴때부터 내내 외운 그런 기도가 아닌, 현호가 깨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기도를 읊고 있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느끼고 심장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철렁 내려앉는다. 현호의 손목을 붙잡고, 현호를 향한 동공이 잘게 떨린다. 마른 입술을 움직여 목소리를 뱉는다.) ....현호야. ..... 현호야? 자는 거야?
 
현호는 간신히 잠에 든 듯합니다.
 
신태오:(잠에 든 건가, 현호의 위로 고개를 숙여 호흡을 들은 후에서야, 조금 정신줄이 돌아와 진정하고 옆에 앉는다. 그의 손을 구명줄처럼 깍지 끼어 쥔 채로, 물기어린 음성으로 마저 기도한다) ...부디 평안한 밤이 되길. 너에게 신의 가호가 깃들 거야.
 
우리의 아침은 올까요.
 
함께하는 아침이 다시 올까요....
 
.
 
낮은 동굴에 어느새 햇빛이 들어섭니다.
 
현호는 어떻죠?
 
다행히도 현호는 눈을 뜨고 같이 빛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송현호:(완전히 돌아오진 않았지만, 조금의 장난끼가 묻어나는 투로) 아침을 못 볼 줄 알았는데, 다행이네.
 
신태오:..... (빨갛게 짓무른 눈가를 매만지고 있다, 그 말에 질책하듯 눈을 가볍게 흘기고)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 하지 마. 정말, 어제 같은 밤은 다시 겪고 싶지 않았어. (그러다 현호를 보고 양 뺨을 잡고 요리조리 살핀다) ....나아진 거 맞지? 어디 크게 또 다친 데 있는 거 아니지?
 
송현호:(피식 웃으며, 태오의 짓무른 눈가를 만진다) 응, 괜찮아. 말에서 떨어져서, 여기저기 쑤시는 것 빼고.
 
저 멀리서 말 한 마리의 발굽 소리가 들립니다.
 
신태오:(현호의 얼굴을 살피다, 괜찮은 걸 확인하고 손을 뗀다. 그때 들려온 말 발굽 소리에 바깥을 쳐다본다.)
 
송현호:어.... (같이 듣고 있다가 흠칫 놀란다) 설마... 우릴 잡으러....?
 
신태오:....어제 탔던 말 중 한 마리가, 훈련받은 말이야. 그래서 주인이 여기 있는 줄 알고, 돌아왔나 봐. (얘기하고, 몸을 일으킨다.)
 
송현호:(앉은 채로 태오를 올려다 보다, 태오의 손을 잡는다) 나도.
 
신태오:(영문모를 말에, 의아하게 눈을 뜨고) 응?
 
송현호:나도 혼자야, 너마저 가면 안 돼. (어젯밤에 태오가 울면서 했던 말이다. 눈을 두어번 깜빡이고 태오를 쳐다 본다) 그러니까...... 우리 같이, 도망가자.
 
신태오:..... (잠시 눈을 깜빡이다, 그 말뜻을 알아듣고 무겁던 근심과 두려움이 한순간 가벼워지며. 기분 좋은 설레는 두근거림이 가슴을 가득 채워가는 것을 느낀다. 자연히 입꼬리가 올라가, 웃음이 흘러나온다.) ...푸핫, 진짜? ...하하! 프로포즈치곤 상황도 꼴도 엉망인데. (그러나 말과 달리 장난끼가 흐르는 눈이 빙그레 웃으며) 좋아, 넘어가 줄게. 같이 가자, 현호야.
 
환하게 웃는 태오를 홀린 듯이 쳐다보고 있던 현호는, 잡은 손을 아래로 끌어당깁니다.
 
그에 당신이 현호를 향해 떨어집니다.
 
쪽-
 
신태오:......? (깜빡깜빡. 순간 벌어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눈이다.)
 
송현호:(태오의 입에 입을 맞추고 천천히 떨어진다. 놀란 태오를 보고 피식 웃는다) .......사랑해, 태오야.
 
신태오:....... (놀란 듯 바라보고 있다, 귀로 들어온 그 말이 심장을 묵직하게 때린다. 자연스러운 깨달음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아아.'
 
    (깨닫는 동시에 입가에 사악 미소가 떠오르며, 현호의 어깨를 짚고 다시 입술에 쪽 입을 맞춘다. 직후 내려간 손이 현호의 목걸이를 쥔다. 뜯어내듯 풀어, 그것을 손에 들곤 떨어지며 씨익 웃는다.) ....나도, 사랑해. 이제 이런 표식 같은 거 필요 없어. 넌 내 거니까.
 
송현호:(마주 웃으며 태오를 와락 안는다) 니가 싫다고 해도, 그럴거야. 절대 안 떨어져.
 
신태오:절대? 그건 좀 무서운데~ 교환환불 불가인가요?
 
송현호:(키득거리며) 응. 안돼. 이미 끝났어. 니가 책임져야 해. 가르쳐줄 거 많잖아.
 
신태오:그렇네, 참~ 어쩔 수 없다. 내가 평생 데리고 살아야겠네~
 
송현호:그래, 이제 진짜..... (태오를 보고) 우리 함께야.
 
그렇게 우리는 함께를 택했습니다.
 
Ending 7 가짜 신을 버린 성자와 죄인
 
pc 신태오 kpc 송현호 생환
 
보상 크툴루 신화 2